[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존재감도 더욱 커진 모습이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한때 1500원 돌파 전망까지 나왔던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해줬다. 그런가 하면 최근 들어 논란이 생긴 기업들의 주식은 빠르게 처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매우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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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존재감도 더욱 커진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들어 국내 증시가 제법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작년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심지어 간밤 미국 증시 주요 지수가 1%대 안팎의 강한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1%대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작년엔 보기 힘들었던 움직임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 근본 원인 중 하나로는 원‧달러 환율이 손꼽힌다. 물론 여전히 높은 수준을 맴돌고 있긴 하지만 한때나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1달러=1500원’ 시나리오에서는 잠시 멀어진 상태다. 이날 오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55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고점 부근에선 흐름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환율 안정세에는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개입돼 있다는 설명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전날인 지난 7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추정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야간 환율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5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비록 이후 미국 경제 지표 호조로 다시 오르긴 했으나 국민연금의 존재감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논란이 생긴 기업들의 지분을 적극적으로 처분하는 정황이 포착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작년 11~12월 총 3회에 걸쳐 도합 208만9753주의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판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이수페타시스는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업체인 제이오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업계와 투자자들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금감원이 직접 나서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음에도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4분기에만 이수페타시스 지분을 10.74%에서 7.43%로 대폭 줄이며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비슷한 상황은 DB하이텍에서도 관찰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10월 DB하이텍 주식 44만9770주를 매도한 데 이어서 작년 11월 29일에도 45만7602주를 팔며 지분율을 9.32%에서 7.27%로 줄였다. 이 시점은 DB하이텍 소액주주단체가 KCGI에 ‘지분 매매차익 의혹’으로 소송을 건 이후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공개매수 경쟁으로 큰 논란을 빚은 고려아연 지분율도 7.49%에서 4.51%로 대폭 낮추는 등 논란을 피해 적극적인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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