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이 작년 영업이익 기준 '1조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인데, 3년 전의 순익 증가가 동학개미 덕분이었다면 이번 실적은 '서학개미'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변곡점을 넘긴 것도 실적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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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이 작년 영업이익 기준 '1조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김상문 기자 |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작년 실적이 대형사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산에 의하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 등 4곳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각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작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2555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국금융지주는 순이익 기준으로도 1조원을 넘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뒤이어 삼성증권이 1조1819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1269억원, 키움증권 1조1195억원 등 네 곳의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5위인 NH투자증권의 추정치는 9261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순익이 이 정도로 불어난 것은 소위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히려 국내 증시 열풍이 일면서 주식투자가 활성화됐던 당시 이후 다시 한 번 증권사들의 영업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때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영업이익 증가는 ‘서학개미’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새 미국을 필두로 한 해외주식 투자가 급격하게 활성화되면서 해외주식 수수료가 급증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 금액은 작년 말 기준 약 1121억달러(한화 약 163조1600억원) 규모까지 늘었다. 이는 2023년 말과 비교했을 때 거의 65% 급증한 수준이다. 아울러 작년엔 국내 증시가 크게 부진했기 때문에 미국주식 투자로 전략을 바꾼 투자자들도 크게 늘었다.
여러 조건들로 인해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 수수료율에선 거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무료’를 조건으로 모객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식 수수료율은 0.04% 수준으로 낮아져 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율은 여전히 0.25∼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때 증권사들의 골칫거리였던 부동산PF 부문에서의 회복세가 감지된 점,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트레이딩 손익이 개선된 점도 이익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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