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올해 초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와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이 마침내 국내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제작사 렛츠필름과 아우라픽처스는 영화 '내 이름은'의 개봉일을 오는 4월 15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개봉 일정에 돌입하며 언론배급시사회를 예고하는 등 국내 스크린 점령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화 '내 이름은'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 속에 가려져 있던 1949년의 잔혹한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미스터리 드라마.
염혜란의 혼을 담은 연기가 베를린에서 먼저 찬사 받았던 영화 '내 이름은'이 오는 4월 15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CJ CGV, 와이드릴리즈 제공
영화는 촌스러운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싶은 열여덟 살 소년 ‘영옥’과, 치매의 그늘 아래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77년 전 제주의 아픈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궤적을 교차하며 쫓는다. 대중에게는 ‘제주 4.3 항쟁’으로 알려진 현대사의 거대한 비극이 한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 지를 정지영 감독 특유의 뚝심 있는 연출력으로 풀어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지점은 단연 배우 염혜란의 ‘혼신을 다한 연기’. 매 작품마다 대중의 ‘눈물 버튼’을 자극하며 독보적인 연기 내공을 증명해 온 염혜란은 이번 영화에서 어머니 정순 역을 맡아 스크린을 압도하는 처절한 열연을 펼친다.
과거의 슬픈 약속을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살아오다 끝내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눈빛은 비극이 남긴 침묵을 깨는 경이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베를린 상영 당시 외신들은 그녀의 연기를 두고 “역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화해 낸 경이로운 퍼포먼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혜란과 함께 극을 이끄는 신예 및 베테랑 배우들의 조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신예 신우빈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소년 영옥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입체적인 감정선을 보여주며 서사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우리들', '빅슬립' 등으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최준우가 영옥의 든든한 단짝 민수 역으로 출연해 단단한 내면 연기를 보여주며, 어느덧 25년 차 배우가 된 박지빈이 서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전학생 경태 역으로 분해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정지영 감독은 이번 신작을 통해 가장 아픈 비밀에서 찬란한 진실로 나아가는 두 세대의 화해와 뭉클한 서사를 완성했다. 77년 전의 비극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세계 무대에서 먼저 가치를 입증한 '내 이름은'. 잔혹했던 4월의 기억을 간직한 제주가 올봄 관객들에게 어떤 뜨거운 위로를 건넬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