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부활의 승부사’이자 실패한 기업의 숨은 가치를 찾는 ‘M&A연금술사’로 불린다. 단돈 7만 원을 들고 상경한 무일푼 청년이 공격적인 M&A로 40년 만에 재계 순위 50위권의 KG그룹을 일궈낸 것은 단순한 성공 신화로 치부할 수 없다. 곽재선 회장이 60년 전통의 경기화학부터 만년 적자의 KGM(쌍용차)까지 모두가 외면한 부실기업의 숨은 가치를 살피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꾼 비결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닌 '현장의 지혜'였다. 최근 발간된 ‘곽재선의 창’은 2026년 글로벌 관세 전쟁과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우리 기업들이 열어야 할 '미래의 창'이 무엇인지 묵직한 해답을 제시한다. 본지는 5편에 걸쳐 승부사 곽재선 회장의 시작과 현재를 알아본다./편집자주
[③세상의 창]
경영학 교과서에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지만, KG그룹 곽재선 회장은 이 해묵은 공식을 비웃듯 산업의 경계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비료(KG케미칼)로 시작해 언론(이데일리), IT(KG ICT), 결제(KG이니시스,모빌리언스), 커피(할리스), 그리고 거대 장치산업인 철강(KG스틸)까지.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거침없는 확장의 길로 이끌었을까. 시리즈 세 번째 순서로, 곽 회장이 세상을 읽는 도구인 ‘세상의 창’과 그 속에 담긴 유연한 경영 철학을 분석한다.
▲언론과 커피, 세상을 읽고 사람을 만나다
곽재선 회장의 확장은 단순한 숫자의 확장이 아니다. 2010년 이데일리 인수는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을 확보한 사건이었다. 정보가 흐르는 길목인 언론사를 통해 그는 산업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을 키웠다.
이어 2020년 모두를 놀라게 한 할리스커피 인수는 그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라이프스타일’의 창을 열었음을 의미했다. 화학과 철강이라는 무거운 B2B 기업을 운영하던 그가 대중의 감성을 만지는 F&B 시장에 뛰어든 것은, “어떤 산업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유연한 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KG스틸,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거시적 안목’
곽 회장의 ‘세상의 창’이 가장 거대하게 열린 순간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 인수였다. 자산 규모만 수조 원에 달하는 거대 공룡이자, 한국 경제의 근간인 철강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곽 회장은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다.
재계에서는 “화학쟁이가 철강을 알겠느냐”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그는 특유의 ‘본질 꿰뚫기’로 승부했다. 복잡한 공정 이면에 숨겨진 비효율을 제거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했다. 결과적으로 KG스틸은 인수 직후 흑자로 전환하며 그룹의 핵심 기둥으로 안착했다. 그에게 산업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살릴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경직된 사고는 경영자의 적이다
곽 회장은 최근 발간된 ‘곽재선의 창’을 통해 “경영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나는 이 분야 전문가’라는 자만과 경직된 사고”라고 경고한다. 그는 스스로를 특정 산업에 가두지 않았다.
철강을 만들 때의 치밀함과 커피를 내릴 때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그의 ‘유연한 사고’는 2026년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져야 할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통째로 조망하는 그의 ‘세상의 창’은 이제 대한민국 모빌리티 역사에 남을 가장 극적인 승부처, 쌍용자동차로 향하고 있었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