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62년 한국케이블공업으로 출발해 ‘금성전선’과 ‘LG’를 거쳐 오늘날 ‘LS’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한 LS전선이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과거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일반 전선 제조사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 세계 바다 밑과 대륙을 잇는 고부가가치 에너지망의 설계자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굳히고 있다. 간판은 여러 번 바뀌었으나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LS전선 국내 동해 사업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특히 AI 혁명은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수십 배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초고압 전력망’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LS전선의 HVDC 기술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 기술 진입장벽이 만든 ‘진짜 실력’
LS전선이 최근 거두고 있는 성과는 단순한 업황 수혜를 넘어선다. 해저케이블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아온 ‘질적 성장’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LS전선은 현존 최고 전압인 525kV급 HVDC 케이블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적 한계를 넘어섰다. 최근 수주한 네덜란드 국영 전력회사 테네트(TenneT)와의 2조 원대 장기 공급 계약은 LS전선의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자회사와의 시너지는 LS전선을 단순 제조사 이상의 존재로 만들었다. 시공 역량을 갖춘 LS마린솔루션과 글로벌 거점인 LS에코에너지를 통해 ‘생산부터 설치’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턴키(Turn-key) 역량을 확보했다.
제품 품질부터 시공 안정성까지 원스톱으로 책임지는 ‘제조-시공 일체화’라는 수직 계열화가 글로벌 프리미엄의 배경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미국 현지 공략과 5조 원의 ‘확정된 미래’
LS전선의 위상 변화는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선명하다. 약 1조 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은 LS전선이 북미 전력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확보한 9906만 달러(약 1365억원)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투자세액공제는 LS전선의 기술력을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 전략 자산’급으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총사업비 11조 원에 달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국가 단위 전력망 확충 사업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내 최대 규모 ‘안마 해상풍력사업’ 수주 소식까지 더해지며, 현재 확보한 수주 잔고만 5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
◆ 64년 제조 DNA, AI 시대를 만나 꽃피우다
이러한 저력은 64년 전 ‘개척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2년 고 구인회 회장이 정부 보증 없이 금성사의 신용만으로 서독에서 도입한 ‘제1호 민간 차관(295만 달러)’이 그 시작이다.
1960년대 안양 공장 설립과 미8군 납품으로 기틀을 닦았고, 1980년대 광통신 진출과 서울올림픽 시스템 구축을 거치며 기술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후 2008년 북미 최대 전선사 수페리어 에식스(SPSX) 인수와 2010년대 HVDC 기술 국산화 등 고비 때마다 던진 승부수는 오늘날 AI 시대의 혁명과 맞물리게 됐다.
서독에서 기계를 들여오던 60여 년 전의 절실함은 이제 전 세계 AI 혁명을 뒷받침하는 첨단 기술로 진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차관을 성사시켰던 실력이 기업의 이름이 바뀐 뒤에도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