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9월 12일 공포된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법이 3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교섭권 보장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시행 9일 만에 하청 노조가 287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683건의 교섭을 요구하는 등 경영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새로운 노동법 시행과 함께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기득권 정규직 보호와 강성 노조의 관행에 갇혀 '갈라파고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파도 속에서 노동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미국 레이건과 영국 대처 등 선진국들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했던 노동개혁 성공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 노동시장의 난맥상을 짚어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노동의 자유와 법치'의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2026년 현재, 네덜란드와 프랑스, 일본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고용 지표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을 ‘시장의 영역’으로 되돌려놓는 데 앞장서며 국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미국과 영국의 사례가 노동개혁의 철학적 기틀을 마련한 ‘과거의 혁신’이었다면, 이들 3개국은 그 토대 위에서 시장 질서에 발맞춘 ‘현재진행형’ 개혁을 일궈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6년 현재, 네덜란드와 프랑스, 일본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고용 지표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을 ‘시장의 영역’으로 되돌려놓는 데 앞장서며 국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수십 년 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노동을 정치 문제가 아닌 ‘시장’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결과다. 이들은 노동 개혁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적인 혁신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네덜란드 83.5% ‘경이적 고용률’…친시장 정책의 승리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의 유산을 넘어, 2026년 현재 ‘디지털 유연안정성(Digital Flexicurity)’의 정점에 서 있다.
이러한 혁신은 지표로 증명된다. 2025년 기준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82%로 유럽연합(EU) 내 1위를 기록했으며,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 역시 1.4%로 유로존 평균을 상회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장의 비결은 변화를 규제하기보다 시장 기제로 수용한 데 있다.
최근 AI와 플랫폼 노동이 급증하자 네덜란드는 이를 ‘노동의 분절화’로 받아들이고, 과거의 시간제를 넘어선 초단기 유연 근무를 제도권으로 완벽히 흡수했다. 기업은 필요한 만큼 인력을 쓰고 노동자는 여러 플랫폼에 자신의 시간을 ‘판매’하는 구조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보장 공백을 기업 규제가 아닌, 노동자 개인의 ‘학습 계좌’와 ‘전직 지원 시스템’으로 보완했다. 노동을 고정된 지위가 아닌 유동적인 ‘서비스’로 치환하며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2026년 네덜란드가 보여주는 국가 생존의 핵심 전략이다.
◆ 프랑스 마크롱 2기, ‘시장 연동형’ 실업급여의 완성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은 2017년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전쟁’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해고가 불가능한 나라’라는 오명 속에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기피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마크롱은 집권 초기, 부당해고 배상금에 상한선(Barème Macron)을 두어 기업의 고용 리스크를 시장 가격으로 통제 가능하게 만들었다. 판사의 재량에 맡겨졌던 천문학적 배상금을 규격화해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 파격적 조치였다.
특히 프랑스 노동계의 난공불락 성역이었던 국영철도(SNCF) 노조의 종신 고용과 조기 퇴직 특권을 폐지한 것은 법치가 노조의 위력을 이긴 상징적 사건이었다. 마크롱은 3개월간의 극렬한 순환 파업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쟁력 앞에 특권은 없다”며 정면 돌파했다.
마크롱의 성역 파괴는 프랑스 경제의 기초 체력을 바꿔놓으며,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 1.2%로 이어졌다. 이는 제조업 부진에 신음하며 0.8%대에 머문 독일을 앞지른 수치다. 특히 프랑스는 2024년 기준 ‘6년 연속 유럽 내 투자 매력도 1위’를 지키며 고질적인 경쟁 상대였던 영국과 독일을 제치고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부상했다.
또 ‘해고가 유연해야 채용도 활발해진다’는 시장의 상식이 사상 최고치인 69.4%(2025년 기준)의 고용률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며, 프랑스를 유럽 내 ‘나 홀로 성장’의 길로 인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일본, ‘연공서열’ 깨고 ‘직무급’ 안착…인구 절벽 뚫고 1.1% 성장 견인
일본은 2026년 현재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 절벽을 ‘직무급(Job-based Pay)’ 전환으로 정면 돌파하며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의 중심에는 제조 강국 일본의 상징인 토요타가 있다.
토요타 노사는 수십 년간 유지해온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완전히 걷어내고, 오직 ‘직무의 시장 가치’가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안착시켰다. 이러한 ‘토요타 모델’은 일본 주요 대기업 80% 이상이 호봉제를 폐지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는 고령 고용 유지를 위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시장 가격으로 해결한 실용적 선택이다. 숙련된 고령 인력은 일자리를 지키되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업은 여기서 확보한 여력으로 청년층 신규 채용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의 실업률은 2026년 1월 기준 2.7%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OECD 기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가 1.1%를 웃돌며, 과거 ‘잃어버린 30년’의 오명을 탈출했다.
유럽과 일본이 2026년 현재 노동시장에 시장 원리를 더 세밀하게 투영하며 전진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차단하고 기업 경영권을 위축시켜 시장의 자기 치유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노동을 시장의 영역으로 되돌려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는 교훈을 배재한 채, 시장 질서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는 등 ‘나 홀로 병자’의 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