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밀 자급률 8% 달성을 목표로 국산 밀 산업을 ‘품질 중심 구조’로 전면 재편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생산 재배면적 5만ha, 생산량 20만 톤 확보를 통해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균일한 품질 확보를 기반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 산업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고, 생산 확대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중심으로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설계한다고 밝혔다.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 인포그래픽./자료=농식품부
그간 정부는 2019년 ‘밀산업 육성법’을 제정했으며, 2020년 1차 계획(2021~2025년)을 통해 밀 생산 기반 확대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재배면적은 2020년 5200ha에서 2025년 9100ha로 1.7배 늘었고, 생산 농가도 3010곳에서 5657곳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산 밀은 지역·농가별 품질 편차가 커 제분·식품업계의 대량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생산 증가가 실제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2월부터 생산자와 산업계, 지자체 담당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으며, 11월부터 생산·유통·소비 분야 ‘전문가 워킹그룹’을 구성해 생산자·가공업계·학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번 2차 계획은 정책의 무게중심을 시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옮겼다. 핵심은 균일한 품질 확보를 통해 산업 수요를 끌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을 다시 확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농식품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수요에 기반한 효율적 생산 체계구축 △고품질 밀 유통 활성화 △소비가 생산을 견인하는 선순환 체계구축의 3대 전략을 수립했다.
우선 생산 단계에서는 고품질 밀 생산 유인을 강화한다. 밀 전문생산단지 평가 기준을 기존 단지 규모 중심에서 1등급 생산율과 품질 균일도 등 고뭎질 중심으로 개편하고, 시설·장비 지원과 공공비축 물량 배정도 우수 고품질 생산단지에 예산을 차등 지원한다.
또한 제빵용 종자 보급 가격 할인 확대와 정부 비축 수매가격 등급 비율 차등화 조정 등을 통해 시장 수요가 높은 품종 재배를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배 역량 향상을 위해 현장 컨설팅을 의무화, 기후·토양 등 매년 단지별 세부 특성을 반영한 재배 매뉴얼 현장 보급 등을 통한 재배 역량 향상이 추진된다.
유통 단계에서는 ‘블렌딩(혼합)’ 체계 도입을 통해 품질 균일성을 확보한다.
서로 다른 품질의 밀을 혼합해 일정한 품질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정부 시범 사업 결과 단백질 함량 편차가 크게 줄어드는 등 효과가 확인됐다. 정부는 우선 비축 밀을 활용한 블렌딩 공급을 확대하고, 민간 설비 구축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중심 유통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비축제도 운영도 함께 개편된다. 보관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용도·품질별 차등 공급 체계를 추가로 도입해 실수요자의 선택권을 높이는 한편, 저급 밀은 주정용 등 특수용도로 분리 공급해 고품질 밀 중심 시장을 형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축 밀을 신소재 및 펫사료, K-뷰티 등 신산업 R&D용으로 제공하고, 제품화도 지원해 국산 밀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활용할 예정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일회성 소비 촉진에서 벗어나 공공 급식과 복지사업을 활용한 수요 창출에 나선다. 학교·단체급식과 정부의 농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 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국산 밀 소비를 일상화하고, ‘국산 밀 DAY’ 확대 등을 통해 급식 시장을 중심으로 대량 소비 기반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국산 밀을 사용하는 가공업체 지원도 확대된다. 국산 밀 계약재배 참여 기준을 완화하고 제분 비용 지원 한도를 톤당 20만 원, 최대 3억 원으로 확대해 수입 밀 사용업체의 국산 밀 전환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에서 국산 밀 사용을 확대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생산자와 가공·유통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국산 밀 산업육성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수요에 기반한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며 “국산 밀 고품질에 대한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효율적 생산 체계구축, 유통 활성화, 소비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자급률 제고를 넘어 국산 밀을 산업 원료로 정착시키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 품질 표준화가 동시에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안착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