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7 14:09 |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공공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힘을 잃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사업지마다 유찰 뒤 단독 응찰이나 컨소시엄, 수의계약 전환으로 방향이 정리되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서도 실제 수주 방식은 경쟁보다 ‘참여 여부’에 좌우되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정비사업 주요 현장에서 경쟁입찰이 잇따라 무산되며 유찰 뒤 단독응찰과 수의계약 전환이 새로운 수주 흐름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재개발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주요 현장에서는 일반경쟁입찰이 성립되지 못한 채 재입찰이나 단독 응찰로 흐름이 정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상 일반경쟁입찰이 미응찰 또는 단독 응찰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총회 등의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이 가능한 점도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은 가장 최근의 사례로 꼽힌다. 주민대표회의는 오는 28일 총회를 열어 2차 입찰에 단독으로 제안서를 낸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1차 입찰 유찰 뒤 2차에서 단독 참여로 정리된 만큼, 경쟁입찰보다 유찰 이후 단독 응찰 수순이 더 익숙해진 공공정비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이 사업은 최고 45층, 1483가구 규모로 예정 공사비는 1조300억 원이다.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경쟁 대신 협력으로 방향이 잡힌 경우다. LH는 지난해 11월 주민협의체 의결을 거쳐 DL이앤씨·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사 간 정면 승부보다 컨소시엄 구성이 선택된 점에서, 공공정비에서도 수주 방식이 맞대결보다 위험 분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산4구역은 은평구 증산동 일대, 공모사업비 약 1조9000억 원, 총 3568가구 규모다.
경기 성남 태평3구역도 경쟁입찰 부진 흐름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곳은 앞선 입찰이 유찰된 뒤 공사비를 3.3㎡당 710만 원에서 735만 원으로 올리고 공사기간도 47개월에서 51개월로 조정해 다시 입찰에 나섰다. 지난 5일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남광토건 등 3개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본입찰까지 경쟁이 이어질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공공이 조건을 손보며 참여를 유도해도 건설사들이 사업성부터 다시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A1-1구역 공공재개발 역시 비슷하다. 지난 1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만 참석해 다시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 주민대표회의는 오는 5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설 단계부터 단독 참여에 그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공재개발도 더 이상 복수 대형사 맞대결을 기본값으로 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남 상대원3구역은 아직 시공사 선정 전 단계지만 향후 흐름을 가늠할 사업지로 꼽힌다. LH와 성남시는 지난달 사업시행협약을 체결했고, LH는 사업시행자 지정 뒤 주민대표회의와 약정을 거쳐 2027년 시공사 선정, 2028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이 사업의 틀을 짜더라도 실제로 어느 건설사가 어떤 조건에서 참여하느냐가 이후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개별 사례를 종합하면 최근 공공정비시장에서 경쟁입찰은 출발 절차에 가깝고, 실제 시공사 선정은 유찰 이후 조건 조정이나 단독 참여, 협력 구조 속에서 결론 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사비와 분양성, 금융비용을 따져 참여 여부를 가르는 선별 수주 기조가 강해지면서 공공이 사업 구조를 설계해도 민간 건설사의 판단이 실질적 변수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재개발은 민간 정비사업보다 절차 안정성과 사업 추진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워왔지만, 현장에서는 그 장점만으로 수주 경쟁을 만들기 어려운 분위기다. 공사비 인상과 공사기간 조정, 컨소시엄 구성 같은 보완 장치가 함께 따라붙고 있어서다. 공공정비 역시 경쟁 시장이라기보다 조건이 맞는 사업에만 들어가는 선별 시장으로 성격이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현장설명회에 여러 건설사가 참석하더라도 실제 입찰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공사비와 분양성 등 사업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경쟁보다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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