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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모듈러 확산에도 건설혁신 ‘제자리’…현장 적용 왜 막히나

입력 2026-04-12 10:13:27 | 수정 2026-04-12 10:13:10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모듈러,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시공 방식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발주 구조와 비용 문제 등에 가로막혀 기술 확산과 실제 적용 사이 간극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에서 AI와 모듈러 등 기술 도입은 확대되고 있지만, 발주 구조와 비용 부담 등의 영향으로 산업 전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AI 기반 설계·공정관리, 모듈러 공법, 로보틱스 등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생산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우건설은 지난 3월 26일 스마트건설 업무 공유회의에서 현장 품질관리 디지털 전환 솔루션인 Q-BOX와 AI 기반 업무 지원 체계인 ‘바로답 AI’ 등 현장 보급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Q-BOX를 활용한 품질 분야 업무 효율 개선 사례를 중점적으로 공개하며 실제 현장 적용 성과를 강조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공정관리 자동화나 품질관리 디지털화 등 일부 영역에서는 기술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런 시도가 산업 전반의 시공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열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 2.0’ 세미나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재확인됐다. 건산연은 지난 7일 열린 세미나에서 AI와 로보틱스가 산업의 근본 변화를 이끌 선도 기술이라고 보면서도, 스마트 기술의 전면 수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제도·기준과 기업의 본사·현장 기능 재설계가 함께 필요하다고 짚었다. 기술 확산 못지않게 현장 적용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발주자와 원청, 하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기술 도입 비용과 책임을 둘러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수록 비용 부담과 리스크는 커지지만 이를 분담하거나 반영하는 구조는 충분히 정비되지 못해 현장에서는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술 도입이 개별 공정이나 특정 현장 단위의 시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AI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데이터 표준화 부족과 시스템 연계 한계, 현장 수용성 문제 등으로 인해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건산연이 제도와 기업 운영 체계의 동시 재설계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한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모듈러 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장 생산을 통해 공기 단축과 품질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초기 투자 비용과 설계·인허가 기준, 물류 체계 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일부 공공사업과 특정 분야 중심으로 적용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BIM과 스마트건설 기술이 처음 부각됐을 때와도 맞닿아 있다. 기술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 혁신 기대가 컸지만, 이를 현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제도와 사업 구조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산업 전체의 방식 전환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결국 건설산업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보다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 기반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발주 방식 개선과 공사비 반영 구조 정비, 데이터 표준화 같은 제도적 기반이 병행돼야 관련 혁신 논의도 반복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이 없어서 못하는 단계가 아니라 기술을 적용하면 오히려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발주 방식과 비용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장 확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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