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노조와 주주의 갈등’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노조의 대규모 파업 예고에 개인 주주들이 법원 앞 1인 시위와 회장 자택 앞 맞불 집회에 나설 것을 예고하며, 상황이 다소 무거운 풍경으로 비춰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실적 상승의 요인으로 기술적 우위를 빼놓을 수 없겠지만, 업황 회복이라는 ‘사이클의 산물’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서, 이익 배분을 둘러싼 잡음이 이 시점에 걸맞은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지켜볼 수만은 없다”… 법원과 거리로 나선 주주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오는 29일 수원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 기일이다.
주주들이 경영진이나 배당 문제가 아닌, 노조의 쟁의 행위와 관련한 법적 분쟁 현장까지 찾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주주들의 행보는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다음 달 21일, 이재용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 집회를 노조보다 앞선 시간에 신고하며 ‘주주 권리 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성과급 요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였던 R&D 투자비(37조7000억 원)마저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미래 가치 보호를 위해 직접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주주가 자처한 방패…경영진에 던져진 ‘지배구조 숙제’
그동안 주주들의 직접 행동이 주로 경영진을 향한 배당 확대 등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번처럼 노조를 정면 겨냥해 집단적인 ‘맞불 시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오죽하면 주주들이 직접 나섰겠느냐”는 공감대와 함께, 기업 내부에서 해결돼야 할 갈등의 영역이 시장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전이된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시각도 적지 않다.
노사 간의 협상력이 약화된 자리에 주주들이 직접 개입하는 현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경영진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노조를 견제하며 내세운 ‘수익성 최우선’의 잣대가 향후 경영 전반에 대한 매서운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측 입장에서는 당장의 우군을 얻은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까다로운 경영 성적표를 받아 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 “업황 회복에 가려진 위기”…사이클 횡재가 만든 허상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노사 양측이 현재의 실적 개선을 바라보는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현재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술적 초격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요 회복이라는 외생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경쟁사에 빼앗긴 HBM 주도권 등을 고려하면 삼페인을 터뜨리기보다 기술 초격차를 위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지금은 이익을 나눌 때가 아니라, 다음 하강 국면을 대비해 기초 체력을 비축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이클로 인한 ‘운 좋은 횡재’를 오롯이 내가 잘해서 얻은 결과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실적이 좋다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면, 반대로 적자일 때는 월급을 반납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내부의 ‘분배 전쟁’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TSMC 등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인공지능(AI) 패권 장악을 위해 사활을 건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삼성이 ‘비용 관리’와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힌 모습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불안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의 삼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무너지고, 기술 혁신 대신 인건비 갈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현 상황은 삼성전자가 쌓아온 글로벌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