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국GM의 대표 모델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누적 생산 200만 대를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기록처럼 보이지만 현장을 직접 보고 나면 이 수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체감하게 된다. 기획과 개발, 생산, 그리고 수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나온 결과다.
차체 공장 내 자동화 설비./사진=한국GM 제공
지난 28~29일 그 흐름의 출발점인 GM 한국사업장 창원공장을 찾았다. 최근 약 88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발표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곳은 ‘많이 만드는 공장’이라기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장’에 가깝다.
실제로 공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연계성이다. 각 구역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은 리듬이 공간 전체를 채운다.
GM 창원공장 투어 현장./사진=한국GM 제공
스탬핑 공장에서 강판은 생각보다 빠르게 형태를 갖춘다. 거대한 프레스 설비가 내려오는 순간, 평평했던 강판은 단 한 번에 네 개의 부품으로 나뉜다. 소리와 진동이 동시에 전달되지만 공정 자체는 놀랄 만큼 정교하다. 비전 시스템이 위치를 잡고 설비는 오차 없이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대량 생산’이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와닿는 지점이다.
차체 공장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600대가 넘는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며 용접을 이어가며, 불꽃이 튀는 장면조차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는 100% 자동화 공정이다 보니, 오히려 더 질서정연하다. 금속이 이어지고 쌓이며 차의 골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빠르고 동시에 굉장히 차분하다.
도장 공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8만 ㎡ 규모 공간에서 시간당 60대가 처리되지만 내부 공기는 비교적 깔끔하게 유지된다. 수용성 도장과 자동화 설비 덕분이다. 차량이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색이 입혀지고, 표면은 균일하게 정리된다. ‘대충 칠한다’는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공정이다.
차체공장 내 조립라인. 작업자의 신장에 맞춰 높낮이가 조절된다./사진=한국GM 제공
마지막 조립 라인에서는 사람이 다시 중심에 들어온다. 다만 예전처럼 ‘사람이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설비가 사람을 맞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작업자의 키와 동선에 맞춰 높낮이가 조절되는 시스템, 공정 오류를 사전에 잡아내는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덕분에 작업은 빠르지만 무리해 보이지 않는다.
이동우 GM 한국사업장 생산부문 부사장은 “창원공장은 1991년 티코 생산으로 시작해 2022년 약 9000억 원 투자 이후 완전히 다른 공장으로 바뀌었다”며 “현재 연간 28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고 가동률은 9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바쁘다’는 말이 실감난다. 생산 속도가 빠르다기보다 쉴 틈이 없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량은 공장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29일 차를 따라 이동해 도착한 곳은 마산 가포신항이다. 공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지만 흐름은 끊기지 않는다.
항만에는 이미 수천 대의 차량이 정렬돼 있었다. 차량이 가지런히 나열된 모습은 일종의 ‘대기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출발 직전 단계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대형 자동차 운반선이 접안해 있고 차량은 순서대로 선박 안으로 들어간다.
GM 한국사업장 물류를 담당하는 김원욱 부장은 “이곳은 단순히 차를 싣는 곳이 아니라, 창원에서 만든 차량이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라며 “선적 작업을 할 때마다 지역과 연결돼 있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을 보고 있으면 ‘공장에서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가포신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성장했다. 조흥재 운영본부장은 “2016년 10만 대 수준이던 물량이 2025년에는 25만 대로 늘었고, 올해는 30만 대까지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항만 물동량의 약 25%가 GM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장과 항구는 사실상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인다.
이날 선적이 진행된 선박은 약 4700대를 실을 수 있는 규모였다. 하루 약 350대가 선적되고, 한 척을 채우는 데는 8~10시간이 걸린다. 단순 반복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공정이다. 선적에만 약 60명이 투입되고, 항만 전체로 보면 수백 명의 일자리가 연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속도’다. 공장에서 나온 차량이 길게 쌓여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2~3일 안에 대부분 해외로 나간다. 수요가 그만큼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창원공장과 마산 가포신항은 생산과 수출이 단절 없이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공장에서 차량이 생산되면 곧바로 항만으로 이동해 선적되는 흐름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공장과 항만은 사실상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한쪽에서 지연이 발생하면 전체 밸류체인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시프 카트리 부사장이 한국GM 창원공장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GM 제공
GM이 공급망 관리에 각별한 의미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은 “중동 지역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생산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다”며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 조직이 사전에 대응하고, 한국 정부 역시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핵심 자재가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선일 GM 한국사업장 구매부문 부사장은 최근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철수설’에 관해 “코로나 시기에도 창원공장은 멈추지 않았고, 현재도 협력사를 티어별로 관리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12개월 내에는 생산 차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23일 이내 대부분 해외로 출하될 정도로 빠른 회전 구조를 보이는 만큼 GM에서도 한국사업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속도는 안정적인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질문은 ‘철수설’이었다. 투자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트리 부사장은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현재 나오고 있는 철수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장이 이미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고, 5200톤 프레스 설비 도입과 같은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분명한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수익성이 있는 곳에 투자한다. 지금처럼 투자를 이어간다는 것은 한국 사업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미”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창원과 부평, 보령 등 국내 생산 거점은 모두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창원공장은 약 95% 수준의 가동률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철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현재의 생산력을 유지하고, 노조와 협력해 더 좋은 품질의 차량을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지”라고 덧붙였다.
아시프 카트리 부사장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국GM 제공
전동화 전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지만, 현장의 답변은 보다 현실적인 시장 흐름에 기반하고 있었다. 카트리 부사장은 “전기차 전환은 분명 중요한 방향이지만, 그 속도는 시장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며 “현재는 소형 SUV 수요가 매우 강하고,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과 설비에 대한 투자는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투자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GM 내부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을 전담하는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창원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내연기관 기반 소형 SUV의 수요 대응이 우선 과제로 설정돼 있다. 이동우 GM 한국사업장 생산부문 부사장도 “소형 SUV는 내연기관 차량 중에서도 가장 지속성이 높은 세그먼트”라며 “현재 고객 수요가 충분히 확보된 상황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원공장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공장이며, 필요할 경우 전동화 대응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한 생산 시설이나 물류 거점이 아니었다. 철판이 스탬핑 공정을 거쳐 차체로 완성되고, 조립 라인을 통해 완성차가 된 뒤 항만으로 이동해 선박에 실리는 전 과정이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과정에는 1600여 개 협력사와 26만 명에 달하는 고용, 연간 5조5000억 원 규모의 산업 생태계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마산 가포신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네트워크와 수출 구조가 결합되면서 창원공장은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된 산업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누적 생산 200만 대라는 성과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창원공장이 생산의 출발점이라면, 가포신항은 그 결과물이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는 출구였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