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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현의 아틀라스] 반도체가 인질인가…삼성전자 긴급조정권 발동해야

입력 2026-05-15 10:45:01 | 수정 2026-05-15 10:44:5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산업부 조우현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파업을 앞두고 동남아행 비즈니스석에 몸을 실었다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위원장의 소식을 접하며 소설《동물농장》을 떠올렸다. 혁명을 외치던 돼지들이 인간의 옷을 입고 특권을 향유하던 기괴한 결말. 그 돼지들은 결국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며 법마저 바꿨다. 위선의 결정판이다.

물론 여력이 되는 사람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동남아로 여행을 떠난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자유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위대한 산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입만 열면 '노동자의 생존권'을 운운하며 조합원에게는 투쟁을 독려하고 사측에는 성과급 인상을 압박하는 노조 수장의 행보가 그랬다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들이 부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 아니었던가. 그런데 시장경제의 과실을 그 누구보다 누리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여느 귀족 노조가 보여줬듯, 노조의 본질이 '위선'이었음을 증명하는 사례 하나가 추가됐을 뿐임에도 여전히 말문은 막힌다.

다행히 정치권과 여당이 노조의 억지에 선을 긋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익 공유'를 운운하며 코스피가 흔들리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어찌 됐건 다행이다. 법과 정책이 '친기업'과는 거리가 있는 이재명 정부가 보기에도 노조의 행보는 도저히 두둔이 안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도 노조의 편을 들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도체 빼곤 다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증명되는 요즘, '성과급 7억' 요구가 누구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당장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들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다.

파업을 앞두고 동남아행 비즈니스석에 몸을 실었다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노조위원장의 소식을 접하며 소설 《동물농장》을 떠올렸다. 혁명을 외치던 돼지들이 인간의 옷을 입고 특권을 향유하던 기괴한 결말. 그 돼지들은 결국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며 법마저 바꿨다. 위선의 결정판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근본적으로 이들에게 보장된 정년이 제일 문제다. 어차피 짤리지 않는다는 점을 믿고 '까부는' 것이니까. 다만 정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는 뜻이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단시간 내에 바꿀 수 없는 영역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해고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린 것이지 결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고, 그러니까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기업도 더 활발히 고용하고, 근로자도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나만의 특기가 있다면 그 특기는 언제든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있지 정년 보장이 아니다. 더욱이 직원들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지만, 회사는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정년 보장을 해주지 않기엔 너무 멀리 왔다. 정책도, 인식도 쉽게 바꿀 수 없으니 멀리 보고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정부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명시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국민경제를 위협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가장 강력한 법적 권한이다. 발동 시 해당 노조는 30일간의 '냉각 기간'에 돌입하며 파업이 강제 중단된다. 그리고 전삼노의 파업은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인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에 완벽히 부합한다.

평소 기업이 날개를 펼 수 있게 가만히 두라고 외쳐온 입장에서 정부의 개입을 언급하는 것이 다소 멋쩍기도 하다. 하지만 법치라는 질서가 전제될 때 비로소 시장의 자유도 보장되는 법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본연의 역할을 보여줄 때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의 영속성 보호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헌법적 가치다. 법치로 폭주를 막아야 한다. 결국 정치는 경제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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