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7일 증권업계와 마주한 자리에서 최근의 증권사 호실적에 대해 "역량에 바탕을 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짚으면서 업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업계에 소위 '역할 강화 압박'을 넣고 있는 것과 비슷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7일 증권업계와 마주한 자리에서 최근의 증권사 호실적에 대해 "역량에 바탕을 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짚으면서 업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8일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7일 주재한 금융투자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에서 나온 발언이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증권사들의 사상 최대 수준 호실적에 대해 거론하면서 "(일선 증권사들의) 안목과 역량에 바탕을 둔 것인지,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외부환경에 기인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는 종합투자사업자(종투사) 7곳과 증기특화 증권사 8곳,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증권금융, 한국성장금융 등이 참여했다. 사실상 민간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투업계 주요 당사자가 총집결한 자리였던 셈이다.
권 부위원장은 특히 증권업계를 향해 "양적 성장이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싶다"면서 "그간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자본이 혁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손쉬운 수익 창출에 활용됐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발언이 특히 시선을 끄는 이유는 발언이 나온 시점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에 대해 "잔인하다"고 지적하며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정작 대출이 꼭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은행 시스템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이 발언을 이어받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을 글을 네 차례나 게재해 한국 금융시스템에 대해 성찰하는 글을 올린 것은 업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 실장은 글에서 이 대통령이 제기한 '금융은 왜 이리 잔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며 "준공공기관인 은행이 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이 글에 대해 언급하며 김 실장의 의견에 크게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련의 흐름에 대해선 대중의 인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 대통령과는 달리 김 실장의 움직임은 무게감이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를 거친 정통 금융관료로 한국금융의 시스템과 생리, 기능과 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던진 "은행이 변해야 한다"는 화두는 금융권 전반에 충격파를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국무회의 바로 다음날에 진행된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에서 나온 권 부위원장의 발언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선이다. 특히나 최근 증권업계의 분위기는 건국 이래 최고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져 있지만, 이는 금융계를 제외한 대다수 생산현장이나 실물경제 상황과 크게 괴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 본연의 '모험자본 공급' 이외에도 정부·당국의 '생산적금융' 취지에 융합하는 조치가 선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 호실적에 대해 스스로 잘해서 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과거에 비해 일반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이 늘어나고 존재감이 커진 만큼 그에 맞게 증권사들의 역할도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