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가 본격 강화되면서 정부가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 비용 부담 완화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금융 확대와 항만 비용 감면, 친환경 선박 기술 지원 등 금융·기술·항만 분야를 묶은 지원책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열린 IMO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는 CII 제도의 계산 기준과 관련해 일부 선박 운항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IMO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선박 지원 정책 확대에 나섰다.
지원 내용은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와 선박운항탄소집약도지수(CII) 등 에너지 효율 제도,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개정안, 선상탄소포집(OCCS) 기술 동향, 미래 대체연료 운용 사례 등이다.
IMO는 오는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선박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선박운항탄소집약도지수(CII)와 중기 온실가스 감축 조치 도입 논의도 이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규제 대응 과정에서 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 선박 신조와 개조, 대체연료 도입, 탄소저감 장비 설치 등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지정학 리스크, 운임 변동성까지 겹치며 업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메탄올·LNG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은 기존 선박 대비 건조 비용이 약 15~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연료 전환을 위한 선박 개조(레트로핏) 역시 선박 1척당 약 500만~1500만 달러 수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선상탄소포집(OCCS) 장비와 저장설비 구축 비용, 화물 적재 공간 감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 부담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중소선사의 경우 친환경 선박 전환 과정에서 수백 억원 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자체 자금만으로 IMO 규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 전환 비용 급증…정부, 금융·항만·기술 지원 확대
이에 정부는 정책금융과 보조금 확대를 중심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친환경 선박 지원 방향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친환경 선박 보급 지원 강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신조 지원을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선사 대상 보조금 지원도 늘리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항만 비용 감면 정책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항만시설사용료 감면과 항비 우대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 사용 선박이나 탄소저감 설비를 적용한 선박의 경우 입출항료와 접안료 부담을 낮춰 실제 운영비 절감 효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경우 기술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선상탄소포집(OCCS)과 대체연료 기술 지원, IMO 환경규제 대응 설명회 등을 지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해양환경 정책설명회’에서는 IMO 제84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주요 논의 결과와 국내 업계 대응 방향이 공유됐다.
특히 정부는 IMO 규제 논의 과정에서 국내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IMO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에서는 CII 제도의 계산 기준과 관련해 일부 선박 운항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CII는 선박의 연료 사용량과 운항 거리 등을 기준으로 탄소 배출 효율을 평가해 A부터 E까지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다만 항만 대기 시간이 길거나 기상 악화로 우회 운항이 잦은 선박의 경우 실제 운항 환경 대비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는 IMO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실제 항해 중 운항 개념인 ‘언더웨이(under-way)’ 기준 반영 등 일부 지침 보완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국제 규제 논의 과정에서 국내 선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한 선박금융 지원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해양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3조40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선박금융사업에 2조1100억 원, 친환경 대응사업에 3400억 원, 공급망 안정화 금융에 1000억 원 등이 배정됐다.
업계에서는 IMO 대응이 사실상 ‘자금 경쟁’으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 지원 여부가 향후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가 강화될수록 선사들의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정책금융과 기술 지원, 항만 인센티브까지 패키지 형태로 확대하면서 업계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