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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업 리스크'… 70년 된 '대체근로 금지'가 발목 잡나

입력 2026-05-09 09:08:17 | 수정 2026-05-09 09:17:19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노동조합의 파업 리스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국 노동법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돼 온 ‘대체근로 금지’ 조항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 7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법 체계에 갇혀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다.

지난 4월 22일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1953년 부산 피난 시절 법안이 2026년 첨단 공정 발목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상 ‘파업 중 대체근로 금지’ 조항의 뿌리는 195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 휴전 직전, 부산 조선방직 파업 사건 등을 계기로 노조의 쟁의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삽입된 이 조항은 산업 구조가 완전히 재편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파업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도급, 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1분 1초의 중단도 허용되지 않는 반도체(삼성전자)와 바이오 의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 공정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업이 시작되면 기업은 생산 라인을 세우거나 남은 인력의 노동 강도를 높여 버티는 것 외에는 합법적인 방어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과 달리 OECD 주요국들은 파업 시 사용자의 경영권과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체근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파업을 ‘워크아웃(Walk-out)’, 즉 근로자가 사업장 밖으로 걸어 나가는 행위로 정의한다. 사용자는 파업 인원을 대신할 인력을 임시 채용할 수 있으며, 복귀를 거부할 경우 영구적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신규 채용이나 도급, 파견 근로를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하며, 독일은 파견 근로자를 통한 대체만 제한할 뿐 신규 채용과 도급은 자유롭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파업 시 사업장 점거가 금지되며 노조원들은 사업장 밖에서 ‘피켓 라인’을 형성한다. 반면 한국은 대체근로 금지와 직장 점거 파업이 결합되어 있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 “노사 관계, 시장 기제 통한 견제와 균형 회복해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파견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행법은 주차 관리, 경비 등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은 파견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원청 기업이 도급업체 직원에게 정당한 지휘·감독을 하더라도 ‘불법 파견’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고용 유연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노사 간의 불필요한 법적 갈등을 양산해 기업의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나 영국, 일본 등이 파견 근로를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고용을 확대하고 산업 효율성을 높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으로 ‘노사 무기 대등의 원칙’ 확립을 꼽는다. 노조의 단체행동권만큼 사용자의 경영권도 대등하게 보장돼야만 합리적인 노사 협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노동법은 1953년 제정 당시의 틀에 꽉 박혀 사용자의 영업권과 재산권에서 나오는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노사 관계가 시장 기제에 의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려면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과 직장 점거 금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삼성전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파업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선진국 수준의 대체근로 보장과 파견 업무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노동조합이 국민 경제에 기여하고 시장에서 선택받는 주체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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