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수요 둔화) 속에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네덜란드를 유럽 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 저가 공세를 피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의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 작업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롭 예튼 네덜란드 총리는 최근 정상 통화를 통해 양국 협력 분야를 기존 반도체에서 배터리와 해상풍력 등으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대규모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예고된 네덜란드를 교두보 삼아 유럽 친환경 애너지 밸류체인에 진입하려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이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신재생 강국 네덜란드, 유럽 ESS 밸류체인 전초기지 부상
이번 양국 간 배터리 동맹은 국내 업계가 전기차(EV) 중심 단일화된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전력망 B2B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네덜란드는 북해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계통을 안정화할 초대형 ESS 인프라 수요가 유럽 내에서도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네덜란드를 유럽 전력망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테스트베드이자 물류 허브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비상이 걸린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 용도로 전환함으로써 수익성을 방어하고 장기적 매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꾀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향후 현지 전력청 및 주요 발전사 등 까다로운 유럽 발주처와의 역학 구도에서 국내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무기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한 민간 기업 간의 거래를 넘어 국개 전력망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며 향후 대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을 구축할 것으로 평가된다.
◆ 중국 저가 공세 방어선…하이엔드 맞춤형 승부수
네덜란드를 기점으로 한 유럽 ESS 시장 공략은 거세지는 중국 배터리 업계와의 전면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럽 ESS 시장은 CATL, BYD 등을 필두로 한 중국산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잠식하는 극단적인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가격 경쟁을 피하고 전력망 안정성에 필수적인 고효율·고안전성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재 위험을 차단하는 열관리 시스템과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삼원계(NCM) 기반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초기 구축 비용이 높더라도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려는 발주처의 니즈를 공략할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설치와 운영이 간편한 맞춤형 폼팩터를 도입하며 중국 제품과의 기술적 초격차를 벌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양국 동맹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품질과 친환경 요건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물량 공세를 방어할 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 단순 셀 공급 넘어 시스템 통합(SI)…수익 구조 다변화
K-배터리 3사의 이러한 유럽 시장 공략은 단품 위주의 공급을 넘어 ESS 시스템 통합(SI)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였다. 단순히 배터리 셀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역할로는 거대 전력 회사들 사이에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시장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시스템 구성은 물론 전력망을 제어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소프트웨어와 유지·보수 솔루션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고도화를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SI 역량을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한 유럽 시장에 이식함으로써 일회성 납품 수익을 넘어 장기적인 인프라 운영 수익을 창출하는 체질 개선을 꾀할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ESS 시장은 단일 부품의 원가보다 시스템 전체의 안정적인 운영 솔루션이 수주의 핵심"이라며 "이번 네덜란드와의 협력 확대를 발판 삼아 K-배터리가 셀 제조사를 넘어 유럽 전력 인프라의 장기적인 SI 파트너로 진화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