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미국발 반도체 쇼크와 고용 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국내 증시가 대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 모두 장중 서킷브레이커(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패닉셀이 이어지며 기록적인 폭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발 반도체 쇼크와 고용 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국내 증시가 대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76.18포인트(8.29%) 폭락한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쏟아진 매물 폭탄에 지수는 장중 7442.73까지 곤두박질쳤다. 개장 직후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하며 지난 3월 4일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투자주체별로는 기관이 1조6245억원, 외국인이 355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1조7616억원을 순매수하며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만3500원(10.18%) 하락한 29만5500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6거래일 만에 30만원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 역시 15만9000원(7.68%) 내린 191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00만원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91.05포인트(9.08%) 폭락한 911.39로 마감하며 1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에코프로비엠(-11.33%), 알테오젠(-12.93%), 에코프로(-11.22%)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무더기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대폭락의 핵심 원인은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 속도 조절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공포가 맞물린 탓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 전망을 발표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 넘게 폭락했다. 이는 단순한 단기 악재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가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시장에 확산시켰다. 여기에 미국의 5월 고용 상황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며 투심을 극도로 위축시켰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이 아닌 단기 과열 해소 차원의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AI 산업의 성장 동력이 단순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개인화된 AI 서비스와 에이전트 AI(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AI는 문서 작성과 검색, 예약, 업무 자동화 등을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생성형 AI 대비 수십 배에서 100배 이상의 토큰을 소비한다. 토큰 사용량 증가는 필연적으로 서버와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진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대규모 양산 능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어 폭증하는 글로벌 메모리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며 구조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변동성 장세에서도 실적이 양호하면 빠른 회복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실적 전망이 탄탄한 반도체는 투매보다 향후 성장을 기대하며 버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 역시 "AI 시대 메모리의 구조적 병목, 위상 제고,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강세는 단기에 변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조정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