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법 없어 돈 못 쓰는 'RE100 산단'…209억 예산 공중분해되나

입력 2026-06-11 17:19:32 | 수정 2026-06-11 17:19:39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 정책이 여야 간 에너지원 갈등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다. 올해로 예정된 산단 착공의 법적 근거가 될 특별법 처리가 국회에서 공전하면서 올해 편성된 209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고 전액 불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RE100 산단 착공과 인프라 구축의 법적 근거가 될 특별법 처리가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올해 편성된 209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고 전액 불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RE100 산단 조성 및 지원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야당인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무탄소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이들 법안은 모두 지역 내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형태의 분산형 전력망 체계를 지향하며, 기업 유치를 위해 입주 기업 대상 조세 감면 및 규제 특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특별도시 조성과 전력망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정부 예산이나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 금융 특례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등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 특정 지역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틀의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산단 내에 공급할 '에너지원 범위'를 두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인 RE100 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이유로 태양광·풍력 등 '순수 재생에너지'로만 대상을 한정한 반면, 야당 안은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대기업(반도체, 데이터센터)을 주 타깃으로 삼아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체계를 내세웠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른 간헐성이 심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둘러싼 여야의 고질적인 갈등이 이 법안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 3월 해당 특별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막판에 철회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후 최종 법안 처리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패스트트랙을 통한 연내 특별법 처리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예산 집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26년 산업통상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RE100 산단 구축 지원 사업비는 208억8000만 원이다. 하지만 상반기가 지나가는 현재까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집행률은 0%에 머물러 있다.

앞서 산업부는 관련 예산으로 261억 원을 편성했으나, 국회는 지난해 말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기존 노후산단 입주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발생 우려가 있고, RE100 산단 지원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20% 대폭 감액한 바 있다.

기획예산처의 예산집행지침과 국가재정법 등에 따르면, 이처럼 특별법 처리가 막혀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은 예산 이월이나 전용 등 행정적 우회로를 찾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여야가 '재생에너지 대 원전'이라는 한 치 양보 없는 해묵은 소모전만 되풀이하는 사이, 정작 209억 원의 예산만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