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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업경제포럼] 현진권 "지방자치 30년, 외형만 정치분권… 재정·정책 권한 없어"

입력 2026-06-19 16:08:41 | 수정 2026-06-19 16:08:3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방에 재정을 준다고 해서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돈이 아니라 '기회'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쥐고 지방을 좌우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영원히 중앙정부의 하부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MP기업경제포럼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구조적 모순을 꼬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새 지방정부에 바란다: 자유분권으로 지역개발하자'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현 대표는 현재의 지방 균형발전 정책을 '사회주의적 제로섬(Zero-sum) 사고'라고 비판했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MP기업경제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 대표는 역대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실패한 본질적 이유로 인센티브 구조의 왜곡을 꼽았다. 

그는 "청년층의 경우 지방에서 일부 경제적 혜택을 더 받는 것보다, 수도권에 머물 때 얻는 정보와 네트워크, 결혼 가능성 등 활동의 여지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단순히 인구 감소라는 표면적 현상에 매몰돼 재정 지원만 늘리면 된다는 발상은 본질을 비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호화 청사 배후엔 '책임 없는 분권'… 중앙정부 예산 따내기 경쟁으로 변질"

특히 현 대표는 현재의 지방자치 시스템이 오히려 중앙정부의 비대화와 지방의 예속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정부의 예산에는 반드시 까다로운 조건과 감시가 따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이전재원에 의존할수록 자율성은 고갈된다는 논리다.

그는 구조적 모순의 단적인 예로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 문제를 제기했다. 현 대표는 "지방의 낙후된 지역일수록 가장 거대하고 훌륭한 빌딩이 군청이나 시청이며, 심지어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의 구청조차 주변을 압도하는 위압적인 청사를 지어놓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지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체 세원이 아니라 중앙정부를 설득해 따낸 예산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규모를 무조건 크게 벌려놓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 대표는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자유(Freedom)를 말할 때는 언제나 '책임'이 전제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분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본질은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 실패 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책임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사례처럼 정책 실패 시 지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는 강력한 책임 장치가 있어야 지역 정치인들이 비로소 합리적인 정책 경쟁에 나선다는 취지다.

◆ 정치분권에 치우친 30년… "탈중앙화로 접근해야"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성적표에 대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현 대표는 "우리가 지난 30년간 해온 것은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정치적 자치(정치분권)'에 불과했다"며 "가장 중요한 정책분권과 재정분권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여전히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할 바에는 차라리 지방선거를 없애고 과거처럼 행정 수반이 단체장을 임명하는 관선 체제로 돌아가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지적도 내놓았다. 틀 자체가 잘못돼 있으니 지방정치가 정책 연구에 몰두하기보다 인맥을 동원해 예산 확보에만 매몰된다는 비판이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방향으로 용어의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대표는 "중앙의 권력 파이를 조금 나눠 갖는 개념의 '분권'이라는 표현 대신, 철저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독립된 주정부나 로컬 정부가 먼저 존재한 후 필요에 의해 중앙 연방을 구성한 반면, 한국은 천년 넘게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지역 간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 대표는 "수도권은 부자고 지방은 가난하니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자체 세원을 바탕으로 치열한 세제·정책 경쟁을 벌여 스스로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새로운 지방정부의 시대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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