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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문의 달빛愛] 딸기달의 밤

입력 2026-06-23 15:37:35 | 수정 2026-06-23 15:44:13
김상문 부장 | moonphoto@hanmail.net
6월에 뜨는 보름달에는 ‘딸기달(Strawberry Moon)’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한여름의 길목에서 야생 딸기를 수확하던 시기에서 유래한 명칭이지요. 이름만 들으면 달콤한 붉은빛이나 분홍빛 달을 상상하게 되지만, 막상 밤하늘에 걸린 딸기달은 평소 우리가 보던 보름달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 6월의 보름달은 은은한 흰빛이나 금빛, 때로는 옅은 주황빛을 띱니다. 다만 달이 막 떠오르는 순간이나 서쪽 지평선 너머로 질 무렵에는 조금 특별해집니다. 달빛이 짙은 대기층을 뚫고 나오면서 유독 붉고 진한 주황빛으로 물들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문득 밤하늘에 달콤한 딸기잼이 아스라이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하지 무렵 북반구에 뜨는 6월 보름달은 하늘 높이 오르지 않고, 지평선 가까이에 낮게 걸린 채 느리게 흘러갑니다. 이 때문에 착시 현상이 일어나 평소보다 달이 훨씬 크고 웅장해 보이지요. 낮게 뜬 달빛 덕분에 도심의 빌딩 숲도, 아늑한 산자락과 잔잔한 강변 풍경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표정으로 깨어납니다.

6월의 보름달은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마음도, 이 순간만큼은 가만히 달을 올려다보며 계절의 다정한 움직임과 자연의 숨결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아름다운 6월의 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과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장미가 한창 피어나는 계절이라 하여 ‘장미달’이라 불렀고, 벌꿀을 채밀하는 시기라는 뜻에서 ‘허니문’이나 ‘미드문’으로도 불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신혼여행의 ‘허니문’이라는 말도 이 달콤한 6월의 보름달에서 유래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스리랑카에서는 6월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국가적인 불교 축제인 ‘포손 포야(Poson Poya)’가 열립니다. 부처님 오신 날(베삭)에 이어 가장 중요한 명절로, 온 나라가 축복과 염원의 시간으로 가득 찹니다. 힌두 문화권에서도 이 무렵 ‘바트 푸르니마(Vat Purnima)’ 축제가 열리는데, 기혼 여성들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반얀나무(대만고무나무)를 실로 감고 금식하며 간절한 소망을 빌곤 합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 속에도 6월의 달이 있습니다. 지난 2009년 6월, 달 궤도선을 쏘아 올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시기의 보름달을 비공식적으로 ‘LRO Moon’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우주 탐사의 시작을 축하하는 상징적인 이름이었던 셈입니다.

이처럼 딸기달은 단순한 천문 현상을 넘어, 계절의 숨결과 풍요로움, 그리고 세계 곳곳의 인류가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초여름 밤, 나지막하게 떠오른 6월의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스레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달을 올려다보는 그 짧은 순간,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다정한 리듬이 소리 없이 마음에 스며듭니다.

달빛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무늬로 아로새겨지는 밤. 오늘만큼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좋겠습니다.


[미디어펜=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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