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에 '가뭄 속 단비'가 내리고 있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잇따르면서 건설사들의 낙수효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물론 기반시설과 인프라 등 연쇄 발주가 예상되면서 침체된 건설경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업계가 공장·인프라 건설 등 신규 수주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그룹, LG전자, KT 등 주요 기업과 관계기관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속도감 있게 육성해야 한다"며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800조 원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또 양사는 반도체를 비롯해 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와 로봇 등 미래 산업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이미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분야와 관련한 투자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인프라를 확대하고, SK그룹은 2028년까지 128조 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장기적으로 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삼전닉스' 대규모 투자에 건설 계열사 '활짝'…실적 개선 청신호
이는 주택 시장 침체 장기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국내 건설사들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면 생산시설을 포함해 연구개발(R&D),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와 기숙사·복리시설 등 지원시설 공사가 연계 발주돼 건설사의 기회 요인이 넓어진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E&A, SK에코플랜트가 꼽힌다. 삼성 건설 계열사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사이클 재개에 맞춰 평택캠퍼스 공사를 중심으로 동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메인 생산시설과 주 인프라를, 삼성E&A가 부속시설을 담당하는 구조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총 393만㎡ 부지에 2030년까지 P1부터 P6까지 생산라인과 부속시설을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H4에 이어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중단됐던 PH5 공사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룹의 발주 물량은 두 계열사의 실적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재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대폭 높아진 상태다. 증권가는 삼성E&A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9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관계사의 설비투자가 안정적인 이익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도 낙수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주요 시공사로, 반도체 팹 4기와 지원시설 건설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1기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도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SK트리켐과 SK레조낙 등 SK머티리얼즈 계열 반도체 소재 기업 4곳을 편입, 소재·가스·유통을 아우르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TV 화면을 통해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기념촬영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중견사도 '촉각'…'반도체 머니' 특수 정조준
온기는 중견 건설사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본공사는 계열사가 수행하더라도 건설업 특성상 일부 공정은 하도급 형태로 재배분되는 만큼 반도체 투자는 중견사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력 인프라와 기숙사·복리시설 등 별도 공사 발주도 발생한다.
일례로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SK에코플랜트와 SK하이닉스 청주 P&T7 신축 프로젝트와 관련해 635억 원 규모의 공사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청주 P&T7은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패키지·테스트 공장으로, 아이에스동서는 PC벽체 시공 공정에 대한 하도급 물량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건설은 원도급 형태로 SK하이닉스 용인캠퍼스 상생시설 신축공사를 약 1924억 원에 수주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삼성전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평택 345킬로볼트(kV) 변전소 신축공사를 전개하고 있다.
이번 '삼전닉스'의 호남행 결정은 지역 분양시장 분위기도 달구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이 주택 수요 증가와 지역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산업 집적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귀결되고, 이는 인구 유입과 주거 수요를 이끈다. 실제 판교는 IT, 송도는 바이오, 마곡은 연구개발 중심 산업을 기반으로 도시 경쟁력을 강화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역 미분양 위험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원전 시장에도 새로운 수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등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원전을 이에 따른 전력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탈원전 기조를 철회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대형 원전 2기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첫 SMR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최종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내 신규 원전 부지가 결정된 것은 신한울 원전 이후 24년 만이다. 반도체와 AI 인프라가 원전 수요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 기회로 이어지는 흐름이 구현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사 물량 확보는 물론 산업단지 인근 분양시장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어 침체된 건설경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