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 열풍에 힘입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메모리칩 수요 폭증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조가 계속됨에 따라, 최소 내년까지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이란 간 중동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문제는 예상보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신용평가는 30일 오전 명동 은행회관에서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을 주제로 열린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 열풍에 힘입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메모리칩 수요 폭증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조가 계속됨에 따라, 최소 내년까지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이란 간 중동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문제는 예상보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루이 커쉬 S&P 글로벌신용평가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전무)는 "지난 수개월을 돌아보면 중동 갈등 때문에 에너지 수급 불안이 상당했다"면서 "아시아전역에 영향을 줬는데, 한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커쉬 전무는 "전반적인 경제심리는 에너지 위기가 촉발됐을 때보다 나빠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는 동북아국가들의 에너지 보유량이 많았고, 각국 정부가 보조금 등의 정책으로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아울러 AI 관련 기술기업의 수출호황이 고유가 피해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루이 커쉬 전무는 "(성장률 그래프가) 2년 전부터 기술 수출이 기술 외 수출과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6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국경제를 낙관하지 않았는데, 새 전망은 BOK(한국은행) 전망치나 시장 컨센서스보다 조금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S&P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 내년 2.2%로 각각 상향 조정했는데, 메모리칩 가격 급등이 한 몫 했음을 부연했다. S&P는 지난 4월 전망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1.9%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놓은 바 있다.
S&P는 이 같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에 대해 "한국만이 아닌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사하다"고 평했는데, 대만·베트남·싱가포르 등에 대해서도 일제히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기술기업의 성장세에도 불구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심리로 인해 전망치를 유지했다.
사실상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한국경제 성장률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인데, 반도체 산업의 수퍼사이클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제열 아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이사는 "2027년까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2028년부터 유의미한 (공장) 증설이 있어, 그 시점에서 케파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전방수요가 중요하다"며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어떻게 가져가는지, 증대되는지 유의미하게 감축되는 방향으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만 집중 성장하는 불균형 성장 흐름은 우리 경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김 이사는 "작년 연말 대비 6월 현재 전체 (기업의) 전망 중 스테이블(안정적)의 비중도 더 증가했다"면서도 "이익 대부분은 테크 섹터에서 반영됐고 나머지 섹터의 개선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강력한 성장이 특정 섹터(반도체)에 기대고 있다는 점, 나머지 섹터의 성장 모멘텀은 팩터별로 상이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평했다.
실제 김 이사는 이날 반도체 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그나마 떠오른 방산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이사는 "향후 2~3년 기간 동안 긍정적으로 보는 다른 섹터는 방산 섹터 정도"라며 "1분기 성장의 약 80%가 반도체에서 나오는 성장이다"고 답했다.
고유가, 경제 악영향 제한적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촉발된 최근의 고유가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킴엥 탄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는 "중동지역 전쟁, 미국의 관세전쟁, 에너지 쇼크 등으로 아태지역의 신용등급이 많이 변할 거라 생각했는데 변동이 없었다"며 "글로벌 원유 공급의 5분의 1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없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 쇼크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에서 140달러대까지 대폭 치솟기도 했지만 빠르게 내려온 까닭인데, 이번 중동사태가 아태지역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산업 호황을 계기로 기술기반 수출 성장세가 경상수지 적자 우려를 종식시켰다고 분석했다.
고유가 문제가 국내 금융기관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현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상무는 "고유가 상황을 분석한 결과 동남아시아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은행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신용대출, 모니터링 요인"
이와 별도로 김대현 상무는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촉발된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에 대해 주목했다. 김 상무는 "특히 우려가 되는 부분은 지난 5월부터 가계 신용대출이 크게 확대됐는데, 자금이 일부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주식 시장에 조정이 있을 경우, 가계 신용대출의 부실이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이 같은 빚투 현상에 외국인투자자의 대량 매도가 맞물릴 경우 환율도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증시가 굉장히 호황을 보임으로써 부동산 시장이 조금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 있었고, 실제 은행권은 (대출공급액이) 낮게 관리되고 있지만 상호금융권에서 다시 증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기존 목표대로 타이트하게 관리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저희(S&P)가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산 기조에 따라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주식·펀드를 포함한 기업금융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러한 주식 익스포저가 시장 리스크에 따른 높은 위험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는데,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그룹들의 자본 건전성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S&P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유인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커쉬 전무는 "한은이 6개월 전보다 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있다고 본다"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있고 경제가 강력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경제가 약세일 경우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되지만, 현재로선 반도체기업의 성장을 토대로 이 같은 불안요인이 사라진 까닭이다. 또 국제유가시장이 안정화됨에 따라 고유가가 물가에 미칠 영향도 적다고 평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 고환율 현상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커쉬 전무는 "한국과 일본의 환율을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경제학적으로) 보면 미 달러 대비 평가 절상될 것이다"면서도 "6개월 단위로 보면 지속적으로 미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환경이다"고 답했다. 미국 주식·채권시장의 인기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인상을 이유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까닭이다.
이에 커쉬 전무는 올 하반기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