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상반기 13조 원을 넘어선 K-바이오 기술수출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계약 건수는 줄었지만 개별 계약 규모가 커지고 플랫폼 기술 중심에서 후기 임상 단계 후보물질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13조원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제미나이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약 13조22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한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만으로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 규모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기록한 연간 20조8350억 원을 넘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기술수출 30조원' 목표 달성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2021년 34건, 13조3720억 원의 기술수출을 기록하며 당시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후 2022~2024년에는 연간 8조 원 안팎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17건, 20조835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고 올해도 상반기부터 대형 계약이 잇따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성과는 단순한 규모 확대보다 기술수출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플랫폼에서 후보물질로…기술수출 구조 변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특징은 플랫폼 기술보다 개별 후보물질 중심 계약이 늘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수출 금액 가운데 약 77%가 플랫폼 기술 계약에서 발생했던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후보물질 중심 계약 비중이 약 87%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 기술 가능성에 투자하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후기 임상 단계 또는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자산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반기 주요 계약을 보면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개발·판매 계약을 최대 47억달러(약 7조 원) 규모로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미국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를 최대 1조9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고 큐라클과 맵틱스는 망막질환 치료제 'MT-103'을 약 1조6000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 역시 미국 아지오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1조 원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SK플라즈마도 혈장분획제제 제조기술을 튀르키예 기업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는 등 후보물질과 생산기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대형 계약이 이어졌다.
올해 건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 계약은 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지만 계약당 평균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과거 다수의 중소형 계약을 체결하던 방식에서 소수의 대형 계약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 '13조 원' 화려한 성적표…편중 논란은 과제
다만 이번 실적을 두고 구조적 성장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상반기 전체 기술수출 규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리바이오의 단일 계약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아리바이오 계약 규모는 약 7조 원으로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역시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의 초대형 계약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던 만큼 일부 기업에 성과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수출 계약 특성상 계약금보다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비중이 큰 만큼 실제 수익 실현 여부는 향후 임상 결과와 허가 과정에 달려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단순 계약 규모보다 후속 임상 성공과 옵션 행사,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야 진정한 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는 기술수출보다 임상 데이터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리가켐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파이프라인,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플랫폼, 에이비엘바이오의 면역항암제 개발 성과, 유한양행 렉라자의 장기 생존 데이터 등이 연이어 공개될 예정이어서 추가 기술수출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반기 기술수출 확대는 K-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신뢰 회복의 신호"라면서도 "하반기에는 인체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PoC(개념검증) 데이터 확보가 추가 기술이전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