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주역이지만 한국 증시 울타리에 갇혀 제 값을 받지 못하던 SK하이닉스가 미국 본토로 저변을 넓히며 본격적인 ‘몸값 재평가’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10일 약 43조 원(290억 달러) 규모의 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종목 티커명 ‘SKHY’로 첫 거래를 시작한다. 글로벌 기업을 통틀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증시 조달이다.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주역이지만 한국 증시 울타리에 갇혀 제값을 받지 못하던 SK하이닉스가 미국 본토로 저변을 넓히며 본격적인 ‘몸값 재평가’에 나선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상장 직전 치러진 기관 수요예측에서 월가의 글로벌 빅테크와 대형 헤지펀드들이 수 배 이상의 초과 청약을 쏟아낸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온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가치를 월가가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 최태원 ‘글로벌 AI 동맹’, 월가 시험대 오르다
이번 나스닥 직상장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는 SK그룹 AI 영토 확장 전략의 정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과 직접 만나며 글로벌 AI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독보적인 기술력과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내 증시의 유동성 한계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이 묶여 글로벌 경쟁사 대비 초라한 평가를 받아 온 것이 현실이다. 이에 최 회장은 국내 증시의 한계를 넘어 월가의 자금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독자적인 조달 창구를 마련하는 쪽을 택했다.
증권가에서 이번 상장을 계기로 국내 보통주 기준 목표주가를 390만 원 선까지 열어둔 것도, 최 회장이 구축한 AI 동맹의 진짜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 환율 리스크 지운 43조 원, 최태원식 ‘속도전’ 자양분 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 조달하는 43조 원의 거액이 전액 외화 자본이라는 점이다. 국내 금융권이나 자본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환율 변동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사실상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 역사상 유례없는 ‘자금 독립’이자, 최 회장의 선제적 투자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확보된 재원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규 팹(Fab) 건설과 청주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증설 등 핵심 생산기지 구축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HBM4(6세대) 및 HBM5(7세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하고, 어드밴스드 MR-MUF 공정 설비를 선제적으로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기술 격차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숨 고르던 반도체 대형주, 모멘텀 회복할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계감이 상존하는 가운데, 나스닥 직상장에 따른 ‘코스피 소외’ 우려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공시 의무 등 규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상장 흥행이 단기 조정을 겪던 코스피 반도체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본토 자본을 직접 유입시키며 글로벌 시장 기준의 새로운 주가 하방 지지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나스닥 상장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에서 기술 역량을 공인받았다는 상징성을 넘어, 최태원 회장이 그리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가장 확실한 인프라 동력을 확보했다는 실전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