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제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도입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철강업계 내에서도 생산 현장 중심의 AI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설비 운영, 품질 관리, 물류 자동화 등에 AI를 접목하며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에는 피지컬 AI까지 도입되면서 제조 현장의 스마트화를 넘어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내에서 생산 현장 중심의 AI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AI CCTV를 통해 품질, 생산을 원격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중장기 성장 전략인 ‘비전 2032’를 통해 자동차강판과 탄소저감강판의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AI 도입 역시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다.
현재는 AI가 제품에 대한 품질을 사전에 예측하면서 불량 가능성을 낮추고, 설비 상태도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등 생산 현장 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생산 현장 전반에 AI를 적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의 생산 조건을 도출하는 자율 생산체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전 공정의 초연결 및 최적화를 실현하고, AI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도 지난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은 생산성과 안전 등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AI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국제강그룹도 AI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초 AI 기반 강판 표면 결함 검출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말에는 AI 기반 창고 적재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AI를 통해 최적의 물류 동선을 설계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함으로써 물류 정체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피지컬 AI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피지컬 AI’ 시대 성큼…장인화표 로봇 신사업 추진
포스코도 생산 현장 내 AI 활용을 늘려가고 있다. AI가 불량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조기에 판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크레인의 최적 동선을 AI가 찾아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또 포항제철소 내에 200대의 AI CCTV를 도입했다. AI가 작업 현장의 이상 징후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즉시 관리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사고를 예방해 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생산 현장의 AI 도입을 넘어 피지컬 AI까지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피지컬 AI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AI를 넘어 로봇, 자율 시스템 등과 결합해 실제 현장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생산 현장 내에 피지컬 AI 기술이 도입되면 위험 임무를 작업자 대신 수행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의 피지컬 AI 전략은 내부 적용을 넘어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의 수십 년간 쌓아온 설비 자동화 및 공정 지능화 경험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은 물론 정유·화학 등 장치산업에 특화된 로봇을 통해 대외 사업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도 공개했다. 우선 2027년까지 글로벌 플랫폼 도입과 테스트를 거쳐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정밀 검증하고, 2028년까지는 철강 특화 기능을 확보해 조작 지능 고도화 및 고가치의 현장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어 2029년까지는 프로세스 특화 로봇의 상품화를 달성해 그룹 내 사용을 전면 확대하는 동시에 외부 판매 기반까지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8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포스코의 움직임은 장인화 회장이 강조해온 ‘미래 경쟁력 확보’ 전략과 통한다. 글로벌 철강 시장 침체와 탄소 규제 등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AI를 활용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로봇 기반의 신사업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장 회장은 취임 이후 꾸준하게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는데 이번 피지컬 AI와 로봇 신사업 계획은 핵심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내에서는 불황일수록 과감한 기술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장 회장의 경영철학이 로봇 신사업에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로봇 신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포트폴리오 확장을 넘어 첨단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장 회장의 경영 전략이 로봇 로드맵으로 구체화됐다”며 “로봇 외에도 전력 인프라 등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