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의 사업 공식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도급 중심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개발 기획부터 투자·운영을 아우르는 '디벨로퍼(Developer)'로 체질을 전환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디벨로퍼로의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챙기겠다는 복안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팰리세이즈파크 웨스트 루비 애비뉴 일대에서 추진되는 주거개발사업에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총 사업비는 약 2억9100만 달러(약 4374억 원) 규모로 지상 18층, 54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주차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사업에서 대우건설 미국 투자법인 DUSAI(Daewoo USA Investment)는 뉴욕 현지 개발사 타마레스와 공동 시행사(Co-GP)로 참여한다. 양사는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와 투자자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8년 착공,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투자 결정은 국내 건설사들이 개발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발주처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수행하고 시공비를 받는 도급사업을 주력 수익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국내 건설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벨로퍼 모델은 사업 부지 발굴부터 기획, 투자, 인허가, 금융 조달, 시공, 분양, 운영까지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사업 방식이다. 시공이익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구조보다 지속적이고,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데다 분양시장 침체나 금리 변동 등 시장 환경에 따라 사업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과 금융 조달, 자산 운용 등 복합적인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춘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디벨로퍼 사업 경험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도 꼽힌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개발 기획과 사업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자체 개발사업을 통해 축적한 전문성이 조합의 선택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미 주요 건설사들은 디벨로퍼로의 체질 전환 시도를 본격화한 상태다.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향후 경영 전략 방향을 공유하며 디벨로퍼 역할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오일근 대표는 현재의 경영 환경을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규정하고 위기 극복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 리빌딩'과 '조직 효율화'를 강조했다.
회사는 앞으로 그룹 내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디벨로퍼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계열사와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 단계부터 주도하고 운영까지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견 건설사들도 개발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요진건설산업은 최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종합 부동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5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사업 구조를 한 단계 고도화하고 기획과 투자, 설계, 시공, 운영 등을 직접 수행하는 '토털 리얼에스테이트 파트너(Total Real Estate Partner)'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 일산 벨라시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등 공간 운영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사업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준명 요진건설 부회장은 "앞으로의 50년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건물을 짓고 떠나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을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