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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이대로 좋은가⑤]좌충우돌 코스피 '1만스피' 가려면?

입력 2026-07-12 09:41:54 | 수정 2026-07-12 09:41:49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국내 증시 코스피 지수가 '1만스피'를 꿈꿀 정도로 단기간에 폭등했지만, 상승폭이 컸던 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노정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양극화는 물론 코스피 시장 내에서도 종목별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투자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 지수가 코인시장 이상의 변동성을 띠게 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1만스피'를 꿈꾸는 코스피 시장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 자본시장은 지금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 올해 초 코스피 5000선을 돌파하며 오랜 '박스피'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은 증시는 이제 꿈의 숫자로 불리던 '1만스피'라는 거대한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과거의 관성대로라면 터무니없는 낙관론으로 치부됐겠지만 올해도 어느덧 하반기를 맞이한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투자자 10명 중 절반 가까이가 '연내 1만스피 달성'을 가시권으로 두고 있을 만큼 시장의 에너지가 뜨겁다. 

한국 자본시장은 지금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 올해 초 코스피 5000선을 돌파하며 오랜 '박스피'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은 증시는 이제 꿈의 숫자로 불리던 '1만스피'라는 거대한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단순한 유동성 랠리나 단기 테마성 붐만으로는 이 거대한 고지를 점령할 수 없다. 코스피 1만이 숫자가 아닌 견고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시장 생태계의 허리인 코스닥의 동반 성장, 그리고 국민연금과 금융당국이라는 두 거대한 축의 패러다임 전환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코스피 1만을 향한 밸류업의 서막은 단연 K-반도체가 열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시장에서는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장면이 연출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기념하는 '오프닝 벨'이 울려 퍼진 것이다.

결과는 그야말로 '흥행 대박'이었다. 상장 첫날 SK하이닉스 ADR은 공모가인 149달러를 훌륭하게 상회하며 13.08% 급등한 168.01달러에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번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약 43조원의 대규모 자금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AI 반도체 설비 및 기술 투자에 곧바로 수혈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쾌거는 한국 기업이 더 이상 국내 무대의 디스카운트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사례다. 글로벌 자본을 직접 조달해 AI 반도체 헤게모니를 꽉 잡겠다는 '신(新)성장 공식'은 코스피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방전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주들의 이 같은 영토 확장이 계속될 때, 1만스피를 향한 기초체력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물론 산적한 문제들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국내 증시 형님 격인 코스피가 거침없이 질주하는 동안 아우인 코스닥 시장 역시 체질을 개선하고 건전하게 성장해야만 1만스피의 뿌리가 더욱 단단해진다. 코스피 1만 시대는 단순히 몇몇 초대형 주도주들의 하드캐리(독주)만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자본을 공급받아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이들이 다시 코스피로 이어지는 건강한 '성장 사다리'가 복원되어야 한다.

그동안 코스닥은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고 기획형 테마주나 불공정 거래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스피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코스닥 역시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실적과 기술력 검증이 미흡한 기업들의 무분별한 상장을 지양하고 한계 기업은 과감히 퇴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시장의 신뢰가 산다. 모험 자본이 혁신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 리스크를 분산하고 열매를 맺는 '건전한 생태계'야말로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줄여줄 버팀목이다.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된 이번 달은 코스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자산을 굴리는 '거대한 고래' 국민연금의 역할 설정 또한 1만스피 달성의 결정적 변수 중 하나다. 올 상반기 반도체 랠리 속에서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절과 매도 타이밍은 늘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코스피 1만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연금에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수익률 추종이나 기계적인 비중 축소가 아니다.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이끄는 자본시장 내의 '우군(장기 투자자)'이 돼야 한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유동성 공급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시장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단단하게 다지는 장기적 닻(Anchor)의 역할을 해줄 때 외국인과 개인 자금 역시 국내 시장을 신뢰하고 진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판을 짜고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금융당국의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규제와 처벌이라는 사후약방문식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 자본시장의 체급 자체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업그레이드하는 설계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다수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철저한 감시 시스템 구축 등을 꼽는다. 시장이 투명해지지 않으면 코스피 1만은 한낱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증시는 언제나 해외 시장에 영향을 받아 부표처럼 흩날리는 영세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스스로도 가져왔다. 하지만 이번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은 우리 시장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마켓으로 거듭나 세계 증시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했다. 지난 1년간의 코스피 롤러코스터를 예외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시장은 바로 지금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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