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 올해 건설시장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주 실적만 놓고 보면 숫자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정작 건설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위기 극복을 위해 업계가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은 채 고민만 깊어지는 모습이다.
건설업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4일 대한건설협회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 건설사 임원들을 초청해 건설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원자재가 상승, 공사비 부족, 처벌 위주의 규제 등 업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했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어느 한 기업 혼자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사방이 꽉 막힌 위기 상황"이라며 "현장 최일선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여러분의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주는 반등했지만 회복은 반쪽짜리
실제 각종 지표를 보면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의 '월간 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수주는 22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공장, 산업클러스터 등 일부 대형 프로젝트와 공공 토목 발주에 힘입은 결과로, 정작 민간 주택수주는 같은 기간 53.9% 급감했다. 건설기성 역시 11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으로 완만한 반등에 그쳤고, 비주거용 건축이 늘어난 반면 주거용은 오히려 줄어 회복이 일부 부문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건설업 고용 상황은 뚜렷하게 악화하고 있다.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해 감소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공공·비주거 부문의 기성이 다소 개선됐음에도 주거용 건축과 민간 부문의 회복 지연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고용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비 부담도 여전하다.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철근 등 일부 자재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건설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CBSI(건설경기실사지수)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6월 종합실적지수는 74.5로 전월 대비 3.0포인트 올랐지만 기준선(100)은 물론 심리적 마지노선인 80에도 못 미쳐 여전히 '부진' 국면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기업(91.7)과 중소기업(59.4) 간 격차, 서울(89.2)과 지방(68.2) 간 격차가 20포인트 넘게 벌어지며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하반기에는 반등 속도마저 둔화...업계 "정부가 나서야"
건산연의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회복 속도는 오히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주에서는 상반기 증가세(1~4월 누적 기준 전년동기 대비 32.4% 상승)와 달리 하반기 증가율은 5.4%로 절반 가까이 둔화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연간 266조1000억 원(+0.3%)에 그쳐 사실상 보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처럼 상반기 수주 호조를 이끌었던 기저효과가 하반기 들어 약해지는 데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이 다음 달 경기를 예상하는 7월 전망지수는 72.5로 6월 실적보다 오히려 2.0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기업들 스스로도 향후 경기를 더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업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건설업계 차원에서 이를 반전시킬 여력과 수단은 부족하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업이 흔들리면 그 여파는 나라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구 회장이 간담회에서 "오늘 내어주신 현장의 목소리를 밑거름 삼아 협회가 앞장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한 이유다.
정부·정치권을 향한 이 같은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업계는 정치권을 향해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관련 법률안을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초당적으로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카드는 공공 투자를 늘리는 것 정도"라며 "그러나 공공과 민간 발주 시장 규모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민간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 물량을 늘려도 시장 전체를 떠받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공공 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위축된 민간 수요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