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진입하면서 증권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증권업계가 기본 예탁금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자율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시 거래대금의 폭발적 증가로 증권업계의 실적 수준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민감한 사안들이 여럿 중첩되면서 당국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상태라 증권업계의 '눈치 보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진입하면서 증권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첫 선을 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출시 이후 해당 상품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복잡한 문제가 계속 파생되는 패턴이 이어졌다. 해외로 유출되는 국내 투자 수요를 붙잡고 국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하락세 및 고변동성 장세 속에서 해당 상품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특히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제고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조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이 국내 증시의 낙폭과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지수를 따라가는 일반 레버리지 상품과 달리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두 핵심 종목에 대규모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가 급변시 유동성 공급자(LP)들의 마감 직전 기계적 리밸런싱(자산배분 조정) 매매가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더욱 배가시켰다는 분석이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의 리밸런싱에 수반되는 하루 주식 거래 규모만 해도 수천억 원에서 최대 2조원대까지 치솟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최근 들어 코스피 지수가 하루 동안에도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모습 또한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정치권 일각에선 '상장폐지론'까지 공론화되며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자 업계는 다급하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비롯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위, 금융감독원 수장이 참여하는 F4(Finance 4) 회의까지 예정돼 있어 아무런 대책이 나와 있지 않을 경우 업계에 대한 감독당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 사장단은 지난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즉각적인 수습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내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10개사 대표들이 참석해 시장 모니터링 현황을 점검하고 자율적인 규제 방안 도입을 결의했다.
이번에 논의된 가장 대표적인 조치는 개인 투자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기본예탁금 상향'이다. 업계는 무분별한 뇌동매매와 투자 능력을 초과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기존에 일괄 적용되던 1000만원 수준의 기본예탁금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상향 폭과 기존 투자자 소급 적용 여부는 추가적인 세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만간 정해질 예정이다.
변동성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원인으로 꼽혔던 '종가 집중 리밸런싱 거래' 분산 조치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장 마감 직전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계적 매매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LP의 기능을 대폭 보완하고 매매 타이밍을 나누어 집행시켜 장중 시장에 미치는 수급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골자다. 이외에도 투자자의 연령대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감안한 맞춤형 위험 경고 발송과 사전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 역시 대폭 내실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불어나며 증권업계의 브로커리지 수익을 비롯한 전반적인 실적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된 상태다. 그러나 바로 업계는 이 지점이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규제 수준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증권사들로서는 당국의 기조와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