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전통은 한계를 가두는 천장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위한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5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그룹 내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주요 경영진에게 “CEO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객관점에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담하게 혁신하며 조직을 지속적으로 진화 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왼쪽부터)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 김대일 코리아세븐 대표가 VCM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VCM 공동취재단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VCM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 시작 한시간여 전인 오후 12시께부터 회의 참석자들은 속속 롯데월드타워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 주요 경영진들은 구체적인 AI 전략과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묵묵무답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표정으로 들어섰고,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는 미소 띤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대일 코리아세븐 대표도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건물 안으로 향했다.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앞서 신 회장이 AX를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던 만큼, 이번 VCM에서도 AI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롯데는 회의 시작 전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 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 등 현장에 도입된 AI 기술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이어서 롯데가 VCM에서 사상 첫 외국 연사로 초청한 더그 스티븐스는 AI 트렌드 변화 및 글로벌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본 회의에서는 신 회장 주재하에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상반기 VCM에서 세웠던 '질적 성장' 중심 기조 아래, 계열사별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주요 경영 방침을 공유했다. 노준형 롯데지주 대표와 고정욱 롯데지주 대표가 각각 그룹 하반기 경영 전략과 재무 전략을 발표했으며, 식품·유통·화학·호텔 부문 주요 계열사 대표들도 사업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황민재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오른쪽)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신 회장은 지난 상반기를 돌아보며 그룹 전반적인 실적은 개선됐지만 아직 외부 자본시장의 시각은 냉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AI에이전트를 포함한 기술발전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 회장은 CEO들에게 PEST 관점에서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경영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룹의 사업 경쟁력이 정체됐다"고 지적하며 ▲선택과 집중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 ▲경영 기본에 충실을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그룹 핵심사업이 새로운 성장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업의 기본에 충실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전략방향에 맞지 않는 비핵심사업의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브랜드 중심의 가치 제고를 당부했다. 또 "고객중심과 수익창출 등 경영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투자에 있어 철저한 타당성과 수익성 검증 후 재무건전성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 중복 사업 정리, 저수익 사업 축소 등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계열사 대표 20여 명을 물갈이하는 등 대규모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올해는 일부 계열사 실적이 회복되는 등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회복은 요원하다는 평가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1분기 흑자를 기록하긴 헀지만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영향으로, 아직 글로벌 공급 과잉과 업황 부진 및 재무 부담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에서 체질개선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비상 경영에 종지부를 찍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