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대수술'에 착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세제 개편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세 정상화'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주택 수 중심의 과세 체계를 자산 규모 중심으로 바꾸고 실거주 위주로 공제·특례를 재정비하는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재정비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대수술'에 나서면서 시장의 시선이 세제 개편에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세 정상화'를 핵심 기조로 제시한 가운데 주택 수 중심 과세에서 자산가치 중심 과세로의 전환, 실거주 중심의 공제·특례 정비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걸친 개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부는 오는 23일 이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대토론회를 열고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는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릴레이 공개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세제를 담당한 기재부 토론회에서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아우르는 조세체계 개편 방향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기 세제 왜곡이 '똘똘한 한 채' 쏠림을 키웠다고 진단하면서 실거주자 중심으로 세 부담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는 '조세 형평성의 회복'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체계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며 "각종 공제와 특례가 지나치게 많아 조세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오래 보유했거나 형식적으로 1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보다 거주 여부와 자산 규모를 중심으로 과세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메시지다.
◆"다주택 때려잡기 그만"…'자산 규모'로 과세 기준 바뀌나
이 같은 기조를 감안하면 가장 먼저 손질될 대상으로는 종합부동산세가 꼽힌다. 지난 16일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현행 세제가 다주택 보유보다 초고가 1주택 보유를 유리하게 만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종부세 과세 체계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은 주택 수 중심의 과세 기준을 보유 자산 규모(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행 종부세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2%에서 6%까지 끌어올렸고, 윤석열 정부도 최고세율을 5%로 일부 낮췄을 뿐 다주택자 중과 기조는 고수해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과세 구조가 초고가 1주택 보유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한 세 부담을, 다주택자에게는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이다.
현재 제도는 1세대 1주택자에게 공시가격 12억 원을 공제한다. 다주택자 등 나머지 개인의 기본공제는 9억 원이다. 세율도 2주택 이하와 3주택 이상에 차등 적용돼 주택 수에 따른 과세 차이가 발생한다.
보유 주택의 총가액이 같더라도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공시가격 30억 원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주택 세 채를 가진 다주택자보다 적은 세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 체계가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자산 규모(가액) 중심으로 전환해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과세 체계는 자산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주택자 가운데는 소액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며 임대시장을 떠받치는 경우도 많은데, 주택 수 기준 과세가 되려 이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방에 여러 채를 보유한 집주인보다 강남의 고가 주택 한 채를 가진 집주인의 자산 가치가 더 높은 경우에도 다주택자가 세제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가액 중심 과세가 더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초고가주택에 대한 별도의 핀셋 증세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단순히 자산 규모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고가 주택에는 실효세율을 올려 과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아직 정부가 초고가주택 기준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시세 30억 원~40억 원 안팎이 하나의 기준선으로 제시된다. 최근 국세청 등 부처가 발표한 각종 자료에서도 이 가격대를 초고가 주택 사례로 제시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구체적인 기준선을 어디에 둘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세 기준을 가액 중심으로 바꾼다고 해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곧바로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고가 주택 한 채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은 만큼,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해당 현상이 즉각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간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의 매도 속도를 늦춰 임차시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소장도 "똘한채 현상이 일부 완화될 순 있어도, 결정적 영향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공정시장가액비율·장기보유세액공제 등 세부 손질도 '유력'
기준 변화와 함께 실제 납세액을 결정하는 종부세 산정 구조도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장기보유 세액공제 조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 가운데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비율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해당 비율이 80%에서 최대 9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졌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60%로 인하됐다.
정부가 이를 다시 80% 안팎으로 조정할 경우 세율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과세표준 자체가 커지면서 보유세 부담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특히 공시가격이 높은 서울 강남권과 용산 등 주요 지역의 세 부담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확대된다.
장기보유 세액공제 역시 개편 대상으로 지목된다. 현재는 1주택자가 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50%, 만 60세 이상이면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두 공제를 합산해 최대 80%까지도 종부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현 정부는 단순 보유 기간에 따라 혜택을 주는 현행 방식보다 실거주 여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장기보유 세액공제도 향후 실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장기거주공제' 체계로 개편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 경우 장기간 한 채를 보유해온 고령층 등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퇴 이후 소득은 감소했지만, 주택 가격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른 경우 세액공제 축소가 곧바로 보유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종부세 부담은 이미 고령층에 몰려 있는 상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종부세 납세자는 54만8177명으로, 이 가운데 60세 이상이 28만4950명(52.0%)을 차지했다. 이들이 부담한 종부세는 7530억 원으로 전체 개인 종부세 결정세액의 57.1%에 달했다.
김 소장은 "고령층 등 대응 여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주택을 처분한 뒤 하급지로 이동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 등 집주인들은 임차시장의 공급자인데,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잔인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는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가 있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령자·장기보유 1주택자의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일 뿐, 실질적인 세 부담 자체를 낮추지는 못한다.
또 다른 변수는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와의 정합성이다. 장기거주공제 등이 고가 1주택 선호 심리를 오히려 촉진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 채를 오래 보유하고 거주할수록 공제율이 높아지는 구조라면 결국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정책 방향과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양도세 개편 쟁점은?…장기보유특별공제 '도마 위'
양도소득세 개편의 '뜨거운 감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다.
정부는 보유 공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 보유만으로 상당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가 투기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쳐 최대 80%를 양도차익에서 공제한다. 1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기간에 따라 12~40%의 공제를 받을 수 있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8~40%)가 추가된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토론회에서 "근로소득으로 40억 원을 벌면 30%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아파트를 팔아 40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으면 실효세율은 7% 수준에 불과하다"며 "땀 흘려 번 근로소득보다 장기 보유한 주택의 양도차익에 더 큰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전문가들은 보유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되, 기존 제도를 믿고 주택을 보유해온 납세자에게는 일정 기간 기존 혜택을 인정하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도 개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매물 출회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했던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거주 1주택자는 처음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예외 사항들을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 보유세 강화는 '세계적 흐름'…패키지 개편안 나올까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거래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조정하는 '패키지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먼저 보유세 강화는 국제적인 조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는 거래 단계에 세 부담이 집중돼 있어 주택을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비용은 높은 반면 보유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구조는 매물 잠김을 유발하고 주택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거래세 중심 구조를 보유세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 전체 부동산 세수 가운데 보유세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만 올릴 경우 주택 보유 비용이 임대료로 전가돼 전월세 시장 경색이 심화될 수 있고, 양도세 부담까지 이어지면 매도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거래가 더욱 위축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유세를 올린다면 거래세를 낮춰 출구를 열어주는 방식의 패키지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선진국의 세제 체계를 참고해 균형 있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 역시 "거래세는 선진국 수준에 맞춰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세 부담부터 높여 놓고 나중에 완화 여부를 고민하는데,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종부세 등 보유세가 대대적으로 재편되면 초고가 주택 밀집지역부터 시장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세제는 적용 사례가 다양하고 조세저항의 정도도 다를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제도 변화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 시장의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거래세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시장 안정의 근본적 해법은 결국 주택 공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 개편만으로는 집값 하락 등 효과가 일시적일 뿐, 구조적인 시장 안정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소장은 "가장 근본적으로는 공급이 이뤄져야 시장이 안정된다"며 "세금만 손질해서 나타나는 효과는 한시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