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역대급 2분기 실적을 발판으로 유럽 영업망 확대와 비만치료제 원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체의약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펩타이드 등 신규 모달리티로 넓히는 동시에 글로벌 영업 거점도 확대하면서 지역과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실적과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가 맞물리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중장기 성장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럽 영업망 확대와 비만치료제 원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209억 원, 영업이익 586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23%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누적 매출도 2조578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8%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1~4공장의 안정적인 풀가동과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견인했다. 5공장 가동 확대와 미국 록빌 생산시설 인수에 따른 초기 비용이 선반영됐지만 영업이익률은 40%대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전년 대비 15~20%)의 상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1.3%, 차입금 비율은 11.5%를 기록해 대규모 투자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현금창출력이 확보됐기에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와 사업 확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으로 영업망 확대…글로벌 CDMO 경쟁력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글로벌 영업망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2023년 미국 뉴저지, 2025년 일본 도쿄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영업 거점이다. 암스테르담 거점이 구축되면 미국과 유럽, 일본은 물론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을 잇는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가 완성된다.
유럽은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밀집한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수주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외 사무소 신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지 영업과 기술 지원을 강화해 신규 고객 확보와 장기 계약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 인프라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인천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고 향후 신규 공장 건설과 차세대 모달리티 생산시설 구축을 준비 중이다. 기존 항체의약품 생산 역량에 더해 ADC(항체약물접합체)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신규 플랫폼을 지속 확대하며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펩타이드로 모달리티 확대…2.7조 빅딜 승부수
폴리펩타이드그룹 인도(암베르나트) 공장./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영역 확장의 핵심 축은 최근 발표한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펩타이드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약 14억6000만 스위스프랑(약 2조7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 M&A(인수합병)로 최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통해 연말까지 지분 100% 확보를 추진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44.31 스위스프랑으로 발표 전 종가 대비 약 40%의 프리미엄을 반영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55.65% 지분 매각에도 동의하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996년 페링의 펩타이드 사업부에서 분사한 폴리펩타이드는 스웨덴과 벨기에, 미국, 프랑스, 인도 등 5개국 6개 생산거점을 운영하며 1500여 명의 전문 인력과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경험을 보유한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3억8930만 유로(약 6500억 원)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고, EBITDA 마진도 7.5%에서 두 자릿수 수준으로 개선됐다.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수요 확대가 성장을 견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항체의약품과 mRNA, ADC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펩타이드까지 확대하게 됐다. 특히 폴리펩타이드가 보유한 기존 CDMO 계약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어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인 매출 기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에 따른 펩타이드 수요 확대가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5년 최대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방위 확장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에 M&A를 통해 즉시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이벤트"라며 "양사의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활용한 교차 수주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 운영 효율화를 통한 중장기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이라는 세 가지 성장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