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남미 3국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 및 구리·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FTA 현대화는 상품 교역을 넘어 투자와 디지털 무역 및 인공지능(AI), 청정기술 등 첨단산업과 공급망 협력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1년만에 칠레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FTA 파트너였던 칠레와의 관계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포함한 자원, 에너지 공급망 전반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교역·투자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칠레에 도착한 이 대통령 부부는 먼저 1818년 칠레의 독립을 이끈 건국 영웅이자 초대 국가지도자인 오히긴스 장군의 동상에 헌화했다. 이어 칠레 대통령궁 헌법 광장에서 카스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칠레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간직한 모네다궁에서 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이번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고위급 교류와 정부간 협의를 재활성화시키고, 2022년 수교 60주년 계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대한민국과 칠레는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특별하고 소중한 역사를 함께 가진 오랜 우방이자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부부가 30일(현지시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선물 교환식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나전칠기 일월오봉도, 유기 와인잔 세트, 백자 서양식기 세트, 프리미엄 K-뷰티 패키지를 준비했다. 카스트 대통령은 알파카 담요, 커피드립 세트, 청금석(라피스라술리) 보석함, 칠레산 와인을 준비했다. 2026.7.31./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제공]
또 “1949년 칠레는 남미 국가 최초로 대한민국을 승인했다. 그리고 2004년 한국은 FTA 체결의 첫 상대국으로 칠레를 선택했다”며 “FTA 체결 이후 양국 교역액은 20년만에 무려 4배로 증가하며 양국의 전략적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칠레의 인프라 건설에 적극 기여해왔고, 지금 칠레 최대의 국책사업이자 남미 최초의 4차로 현수교인 ‘차카오’ 교량을 착실하게 건설하고 있다”면서 “최근 칠레에서 K-Pop과 K-드라마뿐 아니라 좋은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K-푸드, K-뷰티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카스트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주셨다”며 “또한 양국은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 공동 개최와 2032년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등을 위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스트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날 칠레와 한국 관계는 세계가 주목하는 본보기다”라면서 “두 나라는 견실한 제도와 자유로운 경제,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향한 사회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더 큰 번영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가지만 예로 들겠다. 한국의 기술은 노력과 혁신, 품질로 칠레 국민 수백만 가정에 자리 잡았고, 반대로 칠레의 과일과 와인은 서울, 부산, 인천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수백만 한국 국민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카스트 대통령은 “칠레가 수출하는 구리와 리튬은 최신 전기차와, 한국의 첨단기술이 세계에 공급하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라며 “이러한 교역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은 오늘날 칠레의 여섯 번째 교역상대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FTA 현대화를 위해 양 정상은 10년만에 한-칠레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재가동했다. 또한 통상·투자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변화한 통상 환경을 반영한 호혜적인 FTA 개선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국과 칠레가 동북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중요한 태평양 파트너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태평양동맹(PA),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등 주요 경제협력체에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선도국인 한국과 세계 1위의 구리 및 리튬 매장국인 칠레 간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번에 정상회담 계기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국 정부간 협의체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7.31./사진=연합뉴스
양 정상은 인프라와 치안, 방산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칠레에서 건설 중인 중남미 최장 왕복 4차로 현수교인 ‘차카오’ 교량 외에도 수자원과 교통 등 칠레의 인프라 발전에 한국이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또 이 대통령은 한국 군용차량의 칠레 수출계약 체결을 환영했다. 아울러 단순한 장비 교역을 넘어 해양안보와 조선·방산 분야에서도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협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양 정상은 AI 분야의 정책과 경험을 공유하며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세계적인 천문 관측지인 아타카마 사막에서 진행 중인 양국간 천문 연구와 남극 연구 협력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칠레의 연구 인프라와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접목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과학기지 설립 이후 칠레가 우리 남극 연구 활동을 지원해 온 데 사의를 표하고, 우리 대원들이 앞으로도 안전하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한-칠레 정상회담 계기 양국은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치안 협력 MOU, 극지연구 협력MOU(개정), 해양안전 및 안보협력 MOU, 투자 협력 MOU의 총 5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카스트 대통령에게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고, 카스트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다시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을 지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