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지역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구분할부터 용적률 인센티브, 대형건설사 본사 세일즈까지 각기 다른 수단을 동원해 지역업체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사를 원도급·하도급 등 지역업체 수주로 연결해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충격을 줄이려는 모습이다.
지역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지자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업체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오는 10월부터 총공사비 500억 원 이상 사업의 공구분할 가능성을 발주 단계에서 사전 검토하기로 했다. 1000억 원 이상 사업에는 별도의 공구분할 검토위원회를 운영한다. 외지 대형건설사와 지역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에서는 공동도급 지역업체 지분을 법정 최대 수준인 49%까지 확대하고 지역 하도급률 70%를 목표로 제시했다.
공구를 나눠 발주함으로써 지역 중소건설사의 원도급 참여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대구는 500억 원 이상 공사를 진행하는 외지 시공사를 대상으로 지역 하도급 실적을 관리하는 ‘건설사 3색 신호등제’도 운영하고 있다.
대구가 공공공사의 발주 방식을 손봤다면 인천은 민간 정비사업의 인센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정비사업에 지역업체가 참여할 경우 적용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기존 10%에서 최대 20%로 높였다. 지역업체 공동도급 49% 이상, 하도급 참여 70% 이상도 권장한다. 오는 9월에는 대형건설사와 지역업체를 일대일로 연결해 협력업체 등록 등을 지원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원도급 참여나 사업 인센티브를 넘어 기존 현장의 하도급 비중을 직접 관리하는 지자체도 있다. 부산은 지난해 관급공사 지역 하도급률 84.3%, 민간공사 56.7%를 올해 각각 90%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 하도급률이 70%를 넘는 민간 현장에는 표창이나 하도급 실태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반면 40% 미만인 현장은 대형건설사 본사를 찾아 개선을 요청하고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울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적인 ‘세일즈’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시와 지역 건설단체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공동주택과 도시개발사업 등 53개 현장을 찾아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를 요청한 결과 160여억 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소재 대형건설사 6곳의 본사를 직접 방문해 지역업체의 공사 참여와 협력업체 등록 확대를 요청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지역업체 일감 확보에 나서는 배경에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지역 건설경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생산은 수도권이 보합, 호남·제주권이 소폭 개선된 반면 동남·충청·대경·강원권에서는 부진했다. 호남과 제주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 확대 등에 따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지역에서 대형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원청과 공사비가 외지업체에 집중되는 구조도 지자체가 별도의 지역업체 참여 장치를 마련하는 이유다.
대전의 올해 1분기 민간 대형 건축현장 72곳 가운데 외지업체가 맡은 현장 비중은 73%, 공사비 기준으로는 92%에 달했다. 다만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은 68.2%로 전분기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원도급 단계에서는 외지업체 비중이 높지만 하도급 단계에서는 지역업체 참여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어 지자체들은 이를 더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북에서도 민간 공동주택의 지역업체 시공 비중은 낮게 나타났다. 2024년 지구단위계획을 거쳐 건설 중이던 공동주택 30곳의 총사업비는 4조8259억 원이었지만 도내 건설업체가 시공하는 현장은 5곳, 3712억 원으로 전체의 7.7%에 그쳤다. 전북도 역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 건설산업 참여 비율에 따라 최대 2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지침을 마련했다.
지역업체 참여 확대가 울산처럼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지역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라는 측면에서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공구분할과 공동도급, 지역 하도급 확대는 이미 예정된 공사에서 지역업체가 확보하는 몫을 늘리는 성격이 강하다. 지역별 신규 일감 부족이나 착공 지연 등 건설시장 자체의 위축까지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사비 현실화와 적정 대가 확보, 금융·세제 지원과 함께 단기적인 시장 안정과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방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새로 벌이겠다는 말보다 지역업체가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물량을 어떻게 늘릴지, 자금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가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