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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유럽까지 북극해로 간다"… 국내 첫 컨테이너선 북극항로 시범운항

입력 2026-08-20 18:00:00 | 수정 2026-08-20 18:00:00
구태경 부장 | roy1129@mediapen.com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오가는 시범운항에 나선다. 단순히 북극해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항거리와 소요시간, 연료소모량, 정시성, 보험·운항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북극항로의 실제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오가는 시범운항에 나선다./사진=팬스타그룹



해양수산부는 오는 22일 부산신항 3부두에서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출항한다고 밝혔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부산에서 출발해 북극항로를 통과한 뒤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다. 이후 다시 북동항로를 이용해 10월 5일께 부산으로 돌아오는 총 45일간의 일정이다.

부산에서 영국 펠릭스토우까지 거리는 약 1만 3879㎞다. 이후 펠릭스토우에서 로테르담까지는 216㎞, 로테르담에서 그단스크까지는 1590㎞다. 그단스크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거리는 약 1만 4173㎞다.

선박은 8월 30일께 북극해역에 진입해 약 8일간 북극해를 항해할 예정이다. 이번 운항에서는 러시아 쇄빙선 등 별도의 지원선박 없이 단독 운항한다.

이수호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이 20일 부산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수호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부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시범운항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동항로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안전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하면서 기존 항로와 비교해 운항거리와 소요시간, 연료소모량, 운항 정시성, 보험과 선박 유지·운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85개 화주사의 수출화물 약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개 등 총 837TEU가 실린다. 일본에서 들어온 환적화물 18TEU도 함께 선적된다.

당초 사전 화물 수요조사에서는 약 1300TEU의 수요가 파악됐지만 실제 운항 준비 과정에서 선박 확보와 각종 행정·보험 절차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실제 선적량은 줄었다.

해수부는 다만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실제 화물 운송 수요와 항로 특성을 확인한 뒤 향후 북극항로에 적합한 화물 확보 방안 등을 선사와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약 1300개의 공컨테이너를 싣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화물이 많아 유럽에서 돌아오는 항로에서는 컨테이너 재배치가 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범운항은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우리 선사가 북동항로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자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수부는 특히 북극항로 운항의 최대 변수인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극지 운항 전문인력을 투입했다. 선장과 항해사 6명은 모두 극지해역 전문교육을 이수했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운항 경험이 있는 항해사도 1등항해사로 승선한다.

운항 중에는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활용해 선박과 24시간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국제협약과 관련 규범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북극해는 24시간 해가 떠 있는 시기여서 야간 운항은 없을 것"이라며 "출항 이후 해양수산부와 선박관리사가 24시간 상황을 관리하고 비상상황 대응체계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과 국제규범, 대러 제재 등 운항 준비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북극항로는 여러 국가와 관련된 항로여서 주요 관련국 및 관계기관과 필요한 협의를 진행했고 이번 출항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완료됐다"며 "보험의 경우 국내 보험사가 1차 보험을 맡고 재보험사가 추가로 위험을 인수하는 구조로 준비 과정에서 다수의 재보험사와 협의하면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이번 항차에서 확보하는 실증자료를 토대로 북동항로의 경제성을 분석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한 차례 운항 결과만으로 상업성 여부를 단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선박의 연료비와 운항비, 보험료, 운임, 화물 확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고 향후 정기선으로 운항할 경우의 조건도 별도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시범운항을 마친 뒤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이번 1항차만으로 대표적인 경제성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정기선으로 운항할 경우의 여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운항 이후 국적선사의 내빙선박 확보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국내 선사들이 내빙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지원하고 금리도 최대 1%포인트 추가 할인하는 방식이다.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사진=팬스타그룹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선박 규모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해수부는 현재 북동항로의 수심을 약 14~15m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만재 상태 기준으로 약 5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동항로와 함께 북서항로에 대한 준비도 병행한다. 북서항로는 우리나라와 북미 동부를 연결하는 항로로 울산에서 캐나다 퀘백까지 약 1만 3500㎞로 파나마운하 경유 항로보다 약 7500㎞ 짧다.

다만 북서항로는 북동항로보다 운항 난도가 높아 정부는 당장 시범운항에 나서기보다는 극지 운항 경험을 가진 해외 선사와의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다.

해수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울산항만공사는 최근 북극해 운항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해운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극지항행 정보와 운항 경험 공유, 화물 수요 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번 시범운항은 북극항로의 상업적·기술적·환경적 가능성을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검증하는 첫걸음"이라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성공적인 운항을 마친 뒤 확보된 데이터를 토대로 화물 확보와 선박 도입, 전문인력 양성, 보험·금융, 기술개발 등 후속 정책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번 출항과 관련한 별도의 출항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첫 운항인 만큼 행사보다 선박의 안전한 출항과 운항에 집중하고 45일간의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결과에 맞춰 향후 계획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국정과제로서 북극항로 개척은 정부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다만 지금은 유럽을 향한 긴 여정의 첫걸음인 만큼 출항 행사보다 안전한 운항에 집중하고 성공적으로 귀항한 뒤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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