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엔지니어링이 전기차 충전사업을 미래 에너지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운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담당해 온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충전)를 흡수합병해 충전 인프라 구축부터 플랫폼 운영, 전력시장 참여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전기차 충전사업 모델 구상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한충전 흡수합병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존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한충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합병은 내부 검토와 외부 전문 자문기관의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 상정됐다. 이사회는 합병비율의 적정성,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양사 간 이해상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의했다.
합병비율은 1대 0.3132476으로 정해졌다. 관련 법령과 외부 독립 평가기관의 기업가치 평가를 토대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당 평가액은 5만8101원, 한충전은 1만8200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신주를 발행하고 기존 한충전 주주에게 합병비율에 따라 주식을 배정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한충전과의 통합을 결정한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확대가 있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지난 4월 15일 기준 100만대를 넘어섰다. 신차 구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9.2%에서 2024년 8.9%, 2025년 13.0%로 높아졌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23.2%까지 상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양사의 역량을 한데 묶어 전기차 충전사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의 구축과 운영,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약 1만2000기의 충전시설을 구축했으며, 충전설비의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EVC 통합관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한충전은 충전 브랜드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와 플랫폼 운영에 주력해왔다. 약 24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운영 기반은 약 4000기의 충전시설에 이른다.
합병 이후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충전 인프라 구축·운영 역량에 한충전의 회원 기반과 플랫폼 운영 경험을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충전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설비 관리와 고객 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사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통합 이후 고객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 플랫폼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회원 기반을 확대하고 고객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충전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국내 전기차 충전사업자 선두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사업의 무게중심은 충전 인프라를 넘어 전력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영역으로도 이동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를 단순히 전력을 소비하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제주 지역에서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V2G(Vehicle-to-Grid) 시범사업이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필요할 때 전력망으로 공급하고, 전력이 충분한 시간에는 전력망의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의 공급 부담을 낮추고 전력 수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를 가상발전소(VPP)에 연계하는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묶어 하나의 에너지 자원처럼 운영하고 전력중개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사업도 그룹사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연계한 '재생에너지+ESS 전기차 충전소' 모델 개발도 검토 중이다. 충전소에서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ESS로 일부 충당해 전력비를 줄이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이 구상하는 사업 모델은 충전기 설치와 운영에 머물지 않는다.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한 뒤 VPP와 전력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구조다.
한충전 합병을 계기로 충전사업의 기반을 하나로 모은 뒤 전기차와 전력망, 재생에너지를 연결하는 에너지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전력·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의 성장성과 사업 시너지, 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한충전 흡수합병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고객에게 더욱 편리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전시설과 미래 에너지 사업을 연계한 통합 EVC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2026년 시공능력평가에서 4위권 탈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안전사고와 해외 플랜트 손실 여파로 순위가 밀렸지만, 올해는 수익성 중심 내실경영 효과로 평가액이 회복됐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