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재건축·리모델링 현장 곳곳에서 단지 내 상가 문제로 사업이 멈춰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 건물로 자산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가 얻게 되는 몫이 서로 다르다 보니, 곳곳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사업 진행을 늦추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아파트 정비사업 과정에서 상가 문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은마종합상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도시정비업계에 띠르면 서울 동대문구 신답극동아파트는 상가와의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리모델링 공사 재개가 다시 늦춰지게 됐다. 상가 측이 최근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상가 측은 리모델링으로 아파트 용적률이 상향하는 과정에서 상가가 보유한 용적률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신답극동아파트 리모델링조합과 상가 측이 벌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합이 상가 측에 약 31억9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상가 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기대됐던 공사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상가가 아파트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이곳만이 아니다. 아파트와 상가는 재건축 이후 받게 될 자산과 수익 구조가 다르다. 때문에 권리가액과 분담금, 신축 상가 배분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구 은마아파트다. 은마종합상가는 부지면적만 6000㎡, 상가 지분만 400여개에 달하는 대규모 상가다. 조합과 상가는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권 기준이 되는 산정비율을 둘러싸고 오랜 다툼을 벌였다. 결국 2023년 조합 설립 당시 산정비율을 10%로 합의하며 봉합됐지만, 합의 이후에도 상가 조합원 몫만큼 일반분양 가구가 줄어들어 분담금이 커지는 구조 탓에 사업 속도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정비사업 진행 시 상가를 재건축 대상에서 아예 제척해버리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목동8단지는 상가를 제척한 상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강남구 대치우성1차 역시 과거 상가 측과 협의가 틀어지면서 토지분할 소송 끝에 상가부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한 바 있다.
다만 상가를 제외한다고 해서 사업이 반드시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중심상가를 제외한 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이후 상가 소유주들이 통합재건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정비계획 단계에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불거졌다. 상가 측이 별도의 대표기구를 꾸려 통합재건축을 요구하는 반면, 추진위원회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 조합은 상가 조합원의 자산 가치 산정비율을 완화해 상가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들이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조합은 지난해 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국 상가를 사업에 포함하느냐, 제척하느냐를 떠나 관건은 갈등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정비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가 문제를 뒤로 미룬 사업장일수록 정비계획·조합 설립 등 후속 절차 곳곳에서 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