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국내 축산업의 생산비 부담을 키워온 사료작물 종자의 높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규모 생산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국내 최초의 사료작물 종자 전용 생산 인프라인 ‘사료작물 종자처리 종합플랜트’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사료작물 종자처리 종합플랜트 조감도./자료=농진원
사업 추진을 위한 설계비 7억3600만 원이 반영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 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며, 전체 사업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총 458억 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것은 국내 사료작물 종자 시장의 구조적인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농진원 자료에 따르면, 사료작물 종자의 수입 의존율은 2020년 92.2%에서 2021년 93.4%, 2022년 93.0%, 2023년 92.6%, 2024년 93.4%, 2025년 92.8%로 90%를 웃돌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종자 수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졌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농산물 및 종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료작물 종자 수입액은 2020년 336억 원에서 2025년 422억 원으로 25.6% 증가했다.
종자 가격 상승은 결국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사료비는 2020년 327만1000원에서 2025년 403만7000원으로 23.4% 증가했다.
사료작물 종자는 종자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사료 생산과 축산농가의 경영비에 직접 연결되는 만큼 안정적인 종자 공급망 확보가 축산업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농진원은 농촌진흥청과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호밀, 트리티케일, 청보리, 귀리, 총체밀 등 국내 육성 사료맥류 품종의 종자를 생산·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종자 정선시설만으로는 단기간에 대량의 종자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장 수요가 높아도 생산과 공급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번 종합플랜트 구축은 바로 이 같은 생산·처리 기반의 한계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만금 20ha에 종자 생산부터 정선·저장까지 집적
사료작물 종자처리 종합플랜트는 새만금 농생명용지 제5공구에 위치한 농진청 연구부지 내 20ha 규모로 조성된다. 전체 부지 가운데 5ha에는 종자 정선·저장시설이 들어서고, 나머지 15ha에는 원원종과 원종 증식을 위한 포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생산된 원종은 새만금 인근 약 1000ha 규모의 채종단지 조성에 활용된다. 농업인 위탁생산 방식으로 종자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종합플랜트에서 정선·처리해 보급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목표 처리 규모는 연간 3500톤이다.
농진원은 생산된 종자를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인 ‘종자관리요강’에서 정한 규격에 맞춰 선별한 뒤 우량종자로 전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연간 3500톤 생산…“2025년 수입물량의 약 30% 대체 효과”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산 사료작물 종자의 공급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농진원은 연간 3500톤의 사료작물 보급종을 생산·공급해 2025년 기준 사료작물 종자 수입량 1만1800톤의 약 29.7%를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호밀과 귀리 등 사료맥류 수입종자의 경우 2025년 수입량 2800톤을 전량 대체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 개발된 우수 품종의 생산과 보급을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우수 품종을 안정적으로 증식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되면 품종 개발과 실제 농가 보급 사이의 간극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농진원은 사업이 완료되면 경축농가가 연간 31만5000톤의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산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석형 농진원장은 “사료작물 종자 수입량의 약 30%를 국내 육성 종자로 대체해 전국 축산농가의 경영 안정에 기여하고, 전국 200곳 이상 채종포 운영을 통해 연간 약 75억 원의 농가소득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종자 수입 비용은 연간 약 126억 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자 생산농가와 경축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전국 200곳 이상의 채종포 운영을 통해 연간 약 75억 원의 농가소득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종합플랜트 구축이 곧바로 종자 자급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을 실제로 가동한 이후 안정적인 원종·보급종 생산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울러 국내 육성 품종에 대한 농가의 선호와 재배 안정성, 생산농가와의 위탁생산 체계, 종자의 품질관리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