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올해 민간 소각시설에서 약 85만t을 처리하고 있지만 시설 운영에 따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가오는 2030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140만~150만t도 민간시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장기석 자원순환공제조합 전무는 민간 소각업계가 연간 약 167만t의 추가 처리 여력을 갖춰 2030년 직매립금지 시행에 따른 부족 물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 장기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공제조합) 전무는 화면에 띄운 전국 소각시설 현황을 가리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공공소각시설 확충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미 운영 중인 민간시설을 활용하면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전국 시행에 따른 처리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공제조합이 마련한 ‘직매립금지 폐기물 적정처리 방안 마련 설명회’에는 전국 기초지자체 폐기물 담당자들이 자리했다. 수도권에서 올해부터 시행된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가 2030년 전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부족한 공공시설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지 않고 소각하거나 재활용한 뒤 남은 잔재물만 묻도록 하는 제도다.
◆공공소각시설 96곳 추진…공사 중인 곳은 12곳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공소각시설은 187곳이다. 신설이나 증설을 추진하는 시설은 96곳이지만 실제 공사 중인 곳은 12곳에 그친다.
나머지는 설계·인허가 단계 31곳, 입지·계획 확정 단계 11곳, 계획 수립·검토 단계 37곳이다. 계획 수립부터 인허가까지 초기·중간 단계에 있는 시설만 79곳으로 전체의 약 82%를 차지한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시설은 2곳이며 사업을 철회한 곳도 3곳이다.
장 전무는 “시설별 추진 단계를 정리한 결과 계획은 많지만 실제 설치가 진행되는 곳은 극히 일부였다”며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시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2030년까지 완공해 가동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소각시설은 입지 선정과 주민 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설계·인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주민 반대까지 겹치면 계획을 세우고도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030년은 시설을 준비하는 시점이 아니라 실제 가동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그사이 민간시설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장 전무의 진단이다.
민간 소각시설은 이미 부족한 공공 처리용량을 보완하고 있다. 공제조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가 민간 소각시설에 맡긴 생활폐기물은 84만7507t이다. 수도권에서 35만4471t, 충청권 24만7495t, 남부권 10만492t, 호남권 14만5049t을 각각 처리하고 있다.
장 전무는 “민간 소각업계는 1995년부터 32년간 생활폐기물 약 1400만t을 처리했다”며 “그동안 시설 가동 문제로 처리를 거부하거나 일방적인 처리비 인상으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수도권 직매립금지 시행 이후에도 민간시설 자체의 처리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폐기물이 왜 다른 지역으로 들어오느냐는 주민 반발은 있었지만 민간시설이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운영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며 “현재 약 85만t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 다른 민간시설이 물량을 대신 맡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전무는 “한 시설에서 처리가 어려워지면 인근 조합원사의 소각시설로 물량을 보내 처리한다”며 “대체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처리 중단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처리 예상량 138만t…민간 여력은 167만t
공제조합은 2030년 전국에서 종량제봉투 생활폐기물 약 762만8027t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공공시설 등에서 자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498만5601t이다.
기존 민간 소각 물량 64만5821t과 재활용 물량 60만9150t을 제외해도 약 138만7455t이 처리시설을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제조합은 민간 소각시설이 이 물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기준 기존 민간시설의 여유 용량은 하루 3164t이며 2030년까지 신설이나 증설을 마칠 시설의 용량은 하루 1607t이다. 이를 합하면 하루 4771t, 연간 약 167만t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다. 예상되는 미처리 물량보다 약 28만t 많다.
장 전무는 “부족 물량을 공공소각장 신·증설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민간시설에는 예상 부족분을 처리하고도 남는 용량이 있는 만큼 공공시설이 들어설 때까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리비도 민간시설이 더 비싸지만은 않다는 게 공제조합 측 주장이다. 공제조합이 산출한 생활폐기물 민간 소각 위탁비는 수집·운반비를 포함해 t당 평균 16만8000원이다. 수도권매립지 처리비 19만8880원과 공공소각시설 처리비 약 20만 원보다 3만 원가량 낮다.
장 전무는 관외 생활폐기물이 들어온다고 민간시설의 전체 소각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간 소각시설은 허가받은 처리용량 안에서 산업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의 비중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들어온다고 허가용량을 넘겨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며 “폐기물 반입과 운반, 처리 과정도 올바로시스템에 기록돼 지자체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간 167만t의 추가 처리 능력과 평균 처리비는 조합이 기존 시설의 여유 용량과 신·증설 계획 등을 토대로 분석한 수치다. 시설 확충 여부와 지역별 운반 거리, 폐기물의 상태에 따라 실제 처리량과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소각량부터 줄여야”…관외 반입 부담도 풀어야
강준구 전 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연구과장은 2030년 직매립금지를 안정적으로 시행하려면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과 성상을 파악하고 소각해야 할 물량부터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민간시설을 활용하기 전에 폐기물 발생량부터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준구 전 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연구과장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가 늘면 폐기물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는 종량제봉투 안에 어떤 쓰레기가 들어가는지, 지역에서 무엇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각시설을 추가로 짓더라도 2030년까지 모두 완공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발생량과 처리 능력을 진단하고 2027년부터 부족분 해소에 착수한 뒤 2029년에는 직매립 없는 운영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공시설의 여유 용량을 지자체끼리 나눠 쓰는 방안도 소개됐다. 광명시와 군포시는 소각시설 정비 시기와 남는 용량을 맞춰 지난달까지 생활폐기물 1032t을 교차소각했다.
손기옥 광명시 자원정책팀장과 홍경률 군포시 위생자원과 주무관은 두 도시가 각자의 시설만 이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각장을 함께 사용하면서 약 3억3000만 원의 예산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인접 지역에 여유 처리용량이 없는 지자체에는 적용하기 어려워 민간시설 활용이 함께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관외 폐기물을 받아들이는 지역의 부담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장미수 청주시 폐기물지도팀장이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이동 경로를 화면에 띄우자 서울과 경기 각지에서 청주로 이어지는 화살표가 한눈에 들어왔다.
청주에는 전국 민간 소각시설 76곳 가운데 6곳이 자리하고 있다. 시설 수는 전체의 7.9%지만 하루 처리용량은 전국의 15.9%, 실제 처리량은 10.6%를 차지한다.
청주 민간시설로 반입된 수도권 생활폐기물은 올해 계약 물량 기준 2만4128t이다. 지난 7월까지 1만9455t이 실제로 들어왔다.
장 팀장은 공공시설이 부족한 지자체가 다른 지역의 민간시설에만 의존하면 발생지 처리 원칙이 약해지고 처리시설이 몰린 지역의 주민 반발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시설을 활용하더라도 폐기물을 배출한 지자체가 감량과 재활용, 공공시설 확충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재활용 가능 자원을 먼저 가려내 소각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최진규 한국폐기물재활용업협회 사무처장은 폐기물이 선별과 파쇄 과정을 거쳐 연료로 만들어지는 공정을 화면에 차례로 띄웠다.
재활용업협회에 따르면 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 가운데 80% 이상은 선별 과정을 거쳐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직매립되던 생활폐기물 연간 25만~30만t 가운데 18만~21만t을 시멘트 소성로의 보조연료나 고형연료제품으로 자원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사무처장은 종량제봉투에 담겼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물을 모두 소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 소각시설이 공공시설의 처리 공백을 메우는 동안 재활용 가능한 물량을 먼저 선별하면 필요한 소각 용량과 처리비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소각시설이 확충되기 전까지 민간시설이 생활폐기물 처리 공백을 메우고, 장기적으로 공공 처리 기반을 확대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 기자
결국 공공소각시설 확충을 서두르는 동시에 그전까지는 민간 소각시설이 부족한 처리용량을 맡고, 교차소각과 재활용을 병행해 소각 대상 자체를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관외 반입지역의 주민 부담과 환경 관리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김형순 공제조합 이사장은 “민간 소각업계는 공공 인프라가 확충되기 전까지 생활폐기물의 처리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보완 수단”이라며 “공공이냐 민간이냐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축을 함께 활용해야 직매립금지 전면 시행의 충격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공공 처리 기반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