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 전기차가 전체 신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빠르게 늘어난 전기차에 비해 충전구역 이용질서와 시설 운영 등 이용환경과 문화는 아직 보급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는 3만81대로 전년 동월(2만3269대)보다 2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등록대수는 12만6779대에서 10만9235대로 13.8% 감소했다.
전체 신차 등록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하이브리드(25.6%)를 웃돌았다. 올해 1~8월 누적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는 26만5917대로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29만4861대)와의 격차도 3만 대 안쪽으로 좁혀졌다.
전기차 대중화는 인기 차종 순위에서도 뚜렷하다. 테슬라 모델Y는 8월 9638대가 신규 등록돼 전월보다 10.7%, 전년 동월보다 44.2% 증가했다. 국산 승용차 신차등록 1위인 기아 쏘렌토(6102대)보다 3536대 많은 수치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전체 승용차 신차등록 1위를 차지했다.
국산 완성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1~8월 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9만64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급증했다. 현대차도 전기차 판매가 5만473대로 32.2% 늘면서 국내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8.1%에서 12.6%로 올라왔다.
◆ 전기차 대중화 이면의 '성장통'…충전구역 갈등 늘어
전기차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충전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충전하지 않는 차량이 충전구역을 차지하거나 충전이 끝난 뒤에도 차량을 옮기지 않아 다른 이용자의 충전을 막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전기차 충전 관련 민원은 총 17만3305건에 달했다. 올해 월평균 민원은 6578건으로 2023년 월평균 3683건보다 약 1.8배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원 내용도 충전구역 이용질서부터 시설 관리까지 다양하다. 충전구역 이용 위반 신고와 충전시설 관리·확충 요구가 잇따랐고, 충전기 고장이나 카드 인식 오류가 장기간 방치됐다는 불편도 제기됐다. 개인용 컨버터를 이용한 이른바 '도둑 충전'이나 공공 분전함을 무단 개방해 케이블을 연결하는 불법 충전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도 늘어난 전기차에 맞춰 충전구역 이용질서를 손질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0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기차가 충전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충전구역에 주차하거나 충전이 끝난 뒤에도 충전기를 분리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인 '충전방해행위'로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충전구역 운영 방식도 현실에 맞게 손질한다. 아파트에만 허용되던 병행주차구역을 업무시설·기숙사 등으로 확대해 주차난을 완화하고, 일부 시설에서 전기차 수에 비해 충전구역이 과도하게 설치돼 빈 공간으로 남는 문제도 개선한다.
◆ 전기차 '이용환경' 개선 속도…시간대별 요금제 도입
충전구역 이용질서를 바로잡는 제도 정비와 함께 충전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요금 할인을 통해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는 시간대로 충전 수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용환경 개선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기차 공공 충전요금을 할인한다. 기후부가 운영하는 공공 급속충전기 약 9600기에는 한국전력의 전력량 요금 50% 할인에 자체 할인을 추가해 전체 충전요금을 최대 32% 낮춘다.
할인 폭도 이전보다 커졌다. 봄철 시범사업 당시 최대 15%였던 소비자 할인 폭을 두 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충전기는 ㎾h당 40.1~48.6원이 할인되며 에버온·플러그링크·채비·SK일렉링크 등 민간 충전사업자 19곳도 요금 할인이나 포인트 지급 등의 방식으로 동참한다.
단순히 충전비를 낮추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는 낮 시간대로 충전 수요를 옮겨 전력망 부담을 낮추려는 취지다. 실제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시행된 봄철 할인 기간에는 하루 평균 충전 이용 건수가 할인 전 4261건에서 4654건으로 9.2% 증가했다.
정부는 이번 가을 할인 운영 결과를 향후 전기차 충전요금 정책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 규모가 커질수록 충전시설을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뿐 아니라 기존 시설을 언제,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할 것인지도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책 과제도 차량과 충전시설을 늘리는 양적 확대뿐 아니라 실제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전시설 확충과 함께 한정된 충전공간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인식 개선과 합리적인 운영 기준 등 이용환경 전반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