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현지 법인의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다.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실적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의 초고압차단기./사진=효성중공업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법인(HD현대일렉트릭 아메리카 코퍼레이션)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1조16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6423억 원보다 55.9% 증가한 규모다.
효성중공업의 미국 판매법인 HICO아메리카 세일즈앤 테크는 상반기 매출 7255억 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3840억 원 대비 88.9% 증가했다. LS일렉트릭 미국 법인(LS일렉트릭 아메리카홀딩스)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684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4286억 원보다 59.7% 늘었다.
이처럼 전력기기 3사의 미국 법인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미국의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기기 슈퍼사이클과 공급 부족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노후화된 현지 전력 인프라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연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전력기기 공급 부족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변압기를 발주한 뒤 제품을 받기까지 3년 이상 걸릴 정도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전력기기 3사 모두 미국 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현지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법인의 경우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기도 하지만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수주 대응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AI 데이터센터 붐에 증설로 시장 주도권 굳힌다
전력기기 3사 미국 법인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미국에서의 전력기기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드맥킨지는 미국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용량이 올해 24GW(기가와트)에서 2030년에는 110GW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데이터센터향 고효율·고용량 전력기기 시장이 매년 급격히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로이터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력기기도 AI 확산에 따른 수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 중 HD현대일렉트릭을 직접 거론하면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조명했다. 내년 신규 수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6.3%에서 16%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중국산 전력기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대규모 전력 시스템 보호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고압 송전선, 변전소,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수입산 부품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나 원격 조작 등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실상 중국산 전력기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내 중국산 전력기기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신뢰도가 높은 국내 전력기기 3사의 반사이익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전력기기 3사는 미국 내 생산능력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며 현지 법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앨라배마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완공 이후 현지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50% 늘어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2028년까지 3차 증설을 마무리하고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LS일렉트릭 역시 미국 유타에서 생산설비 증설에 나섰으며, 내년 초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현지 배전반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3배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력기기 3사의 현지 생산능력 확대가 미국 법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을 통해 납기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늘어나는 전력기기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산능력 확충에 따라 회사의 실적 기여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내 수주도 늘어나고 있어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와 시장점유율을 장기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