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지역의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묶어 활용하는 분산에너지 사업모델 실증에 본격 착수한다. 첫 실증지역은 제주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인공지능(AI)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다양한 사업 유형을 제주에서 우선 실증하고, 성과가 확인된 모델은 향후 다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기후부가 제주에서 분산에너지 사업모델 실증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CES 2026 삼성전자 전시관에 전시된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신제품./자료사진=삼성전자
제주가 실증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지역 특성상 분산에너지 모델을 시험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주택용 히트펌프 보급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난방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26년 8월 말 기준 12.2%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가정과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분산에너지 실증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제주 실증은 크게 ‘에너지제로’ 주택단지, 전기차 충전모델, 스마트팜 등 3개 분야에서 추진된다. 공통적으로 AI를 활용해 전력 생산량과 소비량을 예측하고, ESS와 전기차 등 분산에너지 자원의 충·방전과 사용 시점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에너지제로 주택단지는 한림읍 또는 대정읍의 20세대 안팎을 대상으로 구축된다. 태양광과 히트펌프, 전기차, ESS, AI 가전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가정과 마을 단위의 에너지 생산·소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개별 주택에서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활용하고,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설비가 스스로 가동 시점을 조정하도록 운영한다.
이는 개별 설비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각각 따로 운영되던 분산에너지 자원을 마을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활용하거나 거래하고,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소비·저장을 조절함으로써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역할도 기대된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ESS 기반 초급속 충전스테이션과 가상발전소(VPP)를 연계한 모델이 실증된다. AI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ESS의 충·방전 시점을 최적화함으로써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아울러 주요 지역에는 양방향 충·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해 전기차를 전력망의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 실증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기차에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저장된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구조다.
농업 분야에서는 태양광·ESS·공기열 히트펌프를 결합한 스마트팜이 구축된다. AI 기반 환경제어와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농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조정하고, 남는 전력을 냉난방과 조명, 양액 공급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농업 생산성과 에너지 자립도를 동시에 높이는 에너지-농업 융합모델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전기차 충전스테이션과 스마트팜 사업에는 비리튬계 ESS가 적용된다. 정부는 장주기 운전성능과 안정성, 경제성 등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해 비리튬계 ESS의 상용화 가능성도 함께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AI를 기반으로 발전량과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ESS·전기차·히트펌프 등 다양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주민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성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제주에서 추진되는 분산에너지 실증사업은 올해 말 현장실사 등을 거쳐 진행되며 향후 5년간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실증 과정에서 사업모델의 효과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뒤 성과가 검증된 모델을 다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확대해 지역 기반의 분산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전력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인공지능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원사업’에는 총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사업별 국고보조금은 최대 50억 원 이내다. 정부는 총사업비의 최대 50% 이내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관기관 등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