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AI와 로봇을 활용해 식용곤충을 대량 생산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단백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첫 곤충산업 거점단지가 강원 춘천에 들어섰다. 그동안 개별 농가 중심의 소규모 생산에 머물렀던 국내 곤충산업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강원 춘천 곤충산업 거점단지 조감도./자료=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에서 ‘강원 춘천 곤충산업 거점단지’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지는 전국 곤충산업 거점단지 조성 사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된 곳으로, 국내 곤충산업의 첫 번째 거점단지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총사업비 200억 원이 투입된 춘천 거점단지는 국비와 지방비를 각각 50%씩 부담해 조성됐다. 2만3815㎡ 부지에 건축 연면적 4154㎡ 규모로 건립됐으며, 핵심 시설인 스마트 팩토리팜을 비롯해 종충 공급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 33개 동, 거점 운영 및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지원시설 등이 들어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최초로 구축된 AI·로봇 기반 ‘곤충 스마트 팩토리팜’이다. 곤충의 생육 상태를 AI와 로봇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습도 조절과 먹이 공급 등을 자동화했다. 자동 세척 장비와 대용량 건조기 등도 갖춰 생산 과정의 효율성과 표준화를 높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같은 생산 시스템을 통해 식용곤충인 밀웜을 연간 최대 1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식용곤충 산업의 주요 과제로 지적돼온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대량생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소규모 농가 중심에서 ‘산업형 생산체계’로
국내 곤충산업은 그동안 개별 농가를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지면서 원료의 규격화와 안정적인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식품·건강기능식품 등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지속적으로 대량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춘천 거점단지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3개 임대형 스마트팜에서는 종충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참여 농업인에게 생산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청년농업인 등의 참여를 통해 지역 농가와 산업체 간 상생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곤충 사육과 생산 전 과정에 ‘스마트 안전위생기준(HACCP)’을 전국 최초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식품·제약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안전성과 품질을 갖춘 표준화된 바이오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거점단지는 생산된 곤충 단백질을 실제 제품과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식품기업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준공식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와 춘천시,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한미양행, 곤충식품기업 오엠오(OMO)가 ‘그린바이오 곤충산업 육성 및 자원순환 기반 비즈니스 모델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생산에서 시장까지…기업과 손잡고 신시장 공략
기업들은 수급과 안전성이 보증된 곤충 단백질 원료를 기반으로 메디푸드와 친환경 단백질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곤충산업을 단순한 농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식품·바이오산업과 연계된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대하는 시도다.
춘천 거점단지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곤충산업과 자원순환을 결합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거점단지는 지역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와 연계해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배추와 양배추 등의 농산부산물을 곤충 먹이원으로 재활용하는 ‘공공형 탄소중립 순환경제 모델’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산부산물을 곤충 생산에 활용하면 부산물 폐기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곤충 생산단가를 낮추고 탄소배출 저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곤충을 매개로 농업 부산물의 재활용과 단백질 생산을 연결하는 지역 단위 순환경제 모델인 셈이다.
곤충산업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가능성뿐 아니라 식품·바이오 소재, 건강기능식품, 자원순환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춘천 거점단지는 이 같은 곤충산업의 가능성을 실제 생산시설과 기업 협력, 지역 농가 참여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전주기 사업화 지원과 규제 혁신 등을 통해 곤충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곤충산업 거점단지는 농가와 기업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곤충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이끌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전주기 사업화 지원과 규제 혁신을 통해 곤충산업의 성장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춘천 거점단지 준공을 계기로 국내 곤충산업의 경쟁력도 ‘사육 규모’에서 ‘표준화된 생산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 기업의 제품화’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와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생산체계와 식품기업과의 연계가 실제 시장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곤충산업 성장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