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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했는데 뭘 고치나”…개정 뒤에도 ‘하자보증’

입력 2026-09-08 14:00:28 | 수정 2026-09-08 14:00:28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철거·운반과 준공 후 남지 않는 가시설공사를 ‘하자보수 불필요 공종’으로 명확히 했지만 현장의 계약·보증 관행은 개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침을 바꾼 데서 그치지 않고 발주기관의 공고문과 계약서까지 손질해야 업체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철거·운반과 준공 후 남지 않는 가시설공사를 하자보수 불필요 공종으로 명확히 했지만 개정 이후 나온 공공 철거공사 입찰에도 하자담보책임기간 1년과 보증금률 3%가 명시돼 공고·계약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8일 국토교통부와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7월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운영 지침’을 개정해 시행했다.

개정 지침은 기존 ‘구조물 등을 해체하는 공사’를 ‘구조물 등을 해체하거나 철거하는 공사’로 구체화했다. 토석·사토 운반과 준공 후 계속 사용하지 않는 가시설공사도 하자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공사로 명시했다.

개정 뒤 나온 공공공사 입찰에서도 하자보증 조건은 그대로 남았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 거창·함양지사는 지난달 25일 ‘금호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 지장건축물 철거공사’를 공고했다.

경남 함양군 금호마을 일대에 있는 축사 21개동, 연면적 5433.22㎡를 철거하는 공사다. 추정금액은 5억1716만 원이며 입찰 참가 업종은 구조물해체·비계공사업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공고문에는 하자담보책임기간 1년과 하자보수보증금률 3%가 명시됐다. 국토부가 지침을 개정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온 철거공사 입찰에도 하자보증 조건이 붙은 것이다.

해당 입찰은 지난 2일 개찰됐다. 입찰공고에 명시된 하자담보책임기간과 보증금률은 업체가 투찰 여부와 입찰가격을 검토하는 기준이 된다.

하자담보책임은 준공 이후 시공상 결함이 발견됐을 때 건설사가 일정 기간 이를 고치도록 한 제도다. 균열이나 누수를 보수할 대상이 남는 신축공사와 달리 철거공사는 공사가 끝나면 목적물 자체가 사라진다.

국가계약법령도 구조물 해체공사에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공사 성질상 하자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자보수보증금도 내지 않게 할 수 있다.

공고에 적힌 보증금률 3%가 건설사가 그대로 지출하는 비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업체는 통상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보증한도도 사용된다. 고칠 대상이 없는 공사에 보증서를 요구하면 업체가 다른 공사에 활용할 수 있는 보증 여력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하자보수가 필요 없는 공사에 보증을 요구하는 문제는 민간 하도급 현장에서도 제기돼 왔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해 일부 원도급사가 일회성 공종에도 하자보증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100대 종합건설사와 대한건설협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전건협은 하도급 계약에서 해체·철거와 가시설, 토석 운반 공사 등에 하자보증서를 요구하면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계약 단계에서 개정 지침을 반영하기 위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견적·계약·공무 부서가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 개정 기준이 세부 공종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거와 시설물 설치 등이 섞인 복합공사는 공종별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구분해 불필요한 책임이 하수급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계약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건협 관계자는 “철거공사는 준공 뒤 고칠 목적물이 남지 않는데도 하자보증을 요구하면 수수료와 보증한도 부담만 생긴다”며 “지침 개정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발주기관이 공고문과 계약서까지 함께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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