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으로 올해 상반기 명목 성장률이 20%를 웃돌며 이례적인 확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성장률 급등이 기업 수익과 가계 소득 개선 등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과 금융불균형 위험을 키울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으로 올해 상반기 명목 성장률이 20%를 웃돌며 이례적인 확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6년 9월)에 실린 '명목 성장률 급등의 금융·경제 영향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명목 성장률이 20%를 상화하면서 이례적인 확장세를 나타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목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된 것이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교역조건 개선의 효과는 기업 부문에서 먼저 나타났다. 올해 들어 IT 부문뿐 아니라 조선·기계 등 여타 제조업의 수익성도 함께 개선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2026~2027년 전망치가 있는 336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지난해보다 상당폭 증가했다. 기업 실적 개선 등이 세수 확대로 연결된 가운데 내년에도 세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정여력이 확충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지출 역시 2027년 정부 예산안 등을 토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의 소득 여건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임금 상승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명목 성장률 상승이 기업 실적과 고용·임금 등에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향후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명목 성장률 상승의 혜택이 IT 등 특정 산업과 종사자에게 집중될 경우 전체 가계의 소득 개선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목 성장률 상승은 성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도체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도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반면 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은 높아진 비용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임금 상승이 서비스물가로 파급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소득 개선이 소비 증가로 연결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명목GDP가 커지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은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소득 여건 개선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늘어날 경우 금융불균형 위험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시장 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명목 성장률 급등이 투자 확대와 임금 상승, 세수 증가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물가는 수요측 압력 증대 등으로 상당기간 목표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불균형 위험 확대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경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