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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발행어음 사업 진출…초대형IB '판' 바뀐다

입력 2026-09-10 14:12:33 | 수정 2026-09-10 14:12:33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삼성증권이 지난 2017년 첫 신청 이후 무려 9년 만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하면서 국내 발행어음 시장이 '8강 체제'로 전면 재편된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막강한 리테일 지배력을 지닌 삼성증권이 기존 경쟁구도에 가세하면서 고객 유치를 둘러싼 경쟁과 모험자본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이 지난 2017년 첫 신청 이후 무려 9년 만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하면서 국내 발행어음 시장이 '8강 체제'로 전면 재편된다./사진=삼성증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취득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최종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에 이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탄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존 7개 사업자의 발행어음 잔액 총합은 55조929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막강한 리테일 지배력을 지닌 삼성증권이 가세함에 따라 조달 금리 경쟁 및 모험자본 투자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을 지칭한다. 자본시장법상 인가를 획득한 증권사는 원칙적으로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어음을 통해 자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8조1566억원이다. 법적 한도인 200%를 단순 계산하면 이론상 최대 약 16조3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조달 여력이 단숨에 열리게 된다. 이는 기존 7개 사업자가 구축해 둔 전체 잔액(55조9291억원)의 약 30%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다.

기존 시장이 상위 선발주자들을 중심으로 안정적 잔액 유지를 도모해 왔다면,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삼성증권의 참전은 단기금융 시장 내 유동성 흡수 속도와 시장 점유율 재분배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합류가 기존 경쟁사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꼽히는 배경은 리테일 자산관리(WM) 파이프라인의 파괴력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4000억원,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고객 수는 57만 2000명에 이른다.

발행어음 사업의 성패는 표면적인 인가 여부보다 '발행 물량을 얼마나 낮고 안정적인 금리로 빠르게 소화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고금리 특판 상품이나 계열 은행 네트워크, 공격적인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금을 유치해왔다.

반면 삼성증권은 이미 확보된 652조원 규모의 리테일 자산과 57만 명의 자산가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별도의 출혈 마케팅 없이도 단기 파킹 통장이나 확정금리형 채권 대체 상품으로 발행어음을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는 독보적 구조를 갖췄다. 이는 기존 7개 증권사가 점유하던 고액자산가 및 법인 단기자금 유치 전선에서 치열한 금리·만기 구조 다변화 경쟁을 촉발할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삼성증권의 이번 인가는 9년간 얽혀 있던 대형 규제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증권은 2017년 초대형 IB 지정 당시 대주주 사법절차로 심사가 보류됐고, 2018년 우리사주 배당사고에 따른 제재로 신청을 철회해야 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재신청을 거쳐 올해 4월 증선위와 안건소위를 통과했으나 초고액자산가 거점점포 검사 제재 절차 탓에 심사가 재차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7월 금융위가 해당 건을 인가 결격사유가 아닌 '기관경고'로 최종 확정하면서 마침내 인가 통과의 길이 열렸다.

그동안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 등 전통적 채널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던 한계를 벗어나면서 삼성증권은 조달 비용 절감과 함께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은 모험자본 및 기업대출, 부동산·인프라 금융 등 기업금융(IB) 영역으로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투입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WM 중심의 수익 구조에 쏠려 있던 삼성증권이 딜 소싱 경쟁에 본격 뛰어들게 됨으로써 기업금융 부문에서 기존 선두권 IB들과의 주관 및 지분투자 경쟁 역시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이번 인가 의결 과정에서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의 다양한 자금 수요 대응”을 강조한 만큼 시장의 눈은 향후 삼성증권의 세부 발행 전략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업 라이선스는 사업 자격을 취득한 것일 뿐 초기 발행 목표액과 상품 금리, 정식 출시일은 삼성증권의 내부 운용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조달 여력이 최대 16조원대에 달하더라도 최근 대내외 금리 변동성과 기업금융 부문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고려하면 초기부터 무리한 외형 확장에 나서기보다는 점진적 증액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자본총계(8조1566억원)와 652조원의 고객 자산이 맞물릴 경우 기존 56조원 수준의 발행어음 시장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시장 내 점유율 지형을 흔드는 가장 강력한 '메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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