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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한국인이었다면?… ‘통 큰 기부’ 막는 상속세 역설

입력 2026-09-27 09:39:37 | 수정 2026-09-27 09:44:11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사후 자신이 보유한 전 재산의 99% 이상을 자선재단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버핏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1400억 달러(한화 약 190조 원)에 달한다. 평생 일군 기업의 지분을 사회에 내놓아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쓰겠다는 버핏의 결단에 전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버핏이 한국 기업인이었다면 이 같은 역사적 기부는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재산을 온전히 사회에 헌납하려 해도 천문학적인 상속세 폭탄을 맞고 좌초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족쇄가 현행 세법 곳곳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 전 재산 기부해도 ‘세금 90조 원’… 황당한 세법 시뮬레이션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16조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공익법인에 내국법인의 의결권 주식을 출연할 때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되는 한도는 발행주식총수의 10%로 묶여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이라면 이 한도는 5%로 줄어든다. 자선·장학·사회복지 목적을 충족하고 출연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예외 요건을 갖춰야 겨우 20%까지 비과세가 허용된다. 한도를 넘는 주식은 고스란히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버핏의 사례를 한국 세법에 대입하면 제도의 모순은 확연해진다. 버핏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의결권 주식 1400억 달러 전액을 자신과 관련된 국내 공익재단에 사후 출연한다고 가정할 경우다.

의결권을 전면 포기해 최대 한도인 20%(280억 달러)를 비과세받더라도 나머지 80%인 1120억 달러(약 150조 원)는 과세 대상에 남는다. 

여기에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세금만 무려 560억 달러(약 75조 원)에 달한다. 만약 대기업집단 규제(5% 한도)가 적용된다면 상속세는 665억 달러(약 90조 원)까지 치솟는다.

사회에 전 재산을 바치겠다는데 국가는 수십조 원의 세금을 내놓으라며 가로막는 형국이다. 재단에 넘기려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거나, 기부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파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입구 규제의 함정

한국 세법이 촘촘한 주식 출연 규제를 두게 된 배경에는 과거 대기업 집단이 공익재단을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유지·승계하던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논리는 시작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식의 본질은 배당을 받을 권리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의결권’에 있다. 공익재단 역시 주식을 보유한 엄연한 독립 주주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럼에도 우리 법제는 ‘재단의 의결권 행사=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라는 등식에 갇혀, 의결권 행사 자체를 잠재적 비위로 단정해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주주권과 편법 세습을 동일시하며 세워 올린 ‘입구 규제’의 빗장이 결국 거액 기부 문화의 싹까지 통째로 잘라버렸다는 점이다. 

주식 기부 행위 자체를 잠재적 탈세로 낙인찍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기업 지분을 사회에 넘겨 지속 가능한 공익 사업을 펼치려는 혁신 기업가들의 손발까지 묶였다.

한국에서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같은 자선가가 나올 수 없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이나 부동산 기부에는 제한 없이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 가치인 주식에만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 ‘입구 봉쇄’에서 ‘사후 투명성 감독’으로 전환해야

미국의 제도는 정반대다. 미국은 공익재단으로 들어가는 주식에 대해 기부 단계에서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지분 20% 초과 보유에 대한 분산 규제가 있지만 5~10년의 충분한 처분 유예기간을 주며 기부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대신 미국은 철저한 사후 관리로 악용을 차단한다. 사설 재단이 매년 순자산의 최소 5% 이상을 실제 공익사업에 지출하도록 강제하고, 재단과 설립자 간의 자금 거래 등 자기거래(Self-dealing)는 형사처벌 수준으로 엄벌한다. 

기부의 문은 열어두되 사적 유용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관리 행정의 부담을 이유로 입구부터 막아서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때문에 의결권 행사 제한이나 사후 감사 강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두되, 공익법인 주식 출연 한도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워런 버핏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기부 천사가 아닌 탈세 의혹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기형적인 세제를 이제는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워런 버핏 같은 인물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전 재산을 기부하고도 조세포탈 의혹자로 몰려 세금 폭탄을 맞았을 것”이라며 “기업가정신에 기반 한 거액 기부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라도 시대착오적인 상속세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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