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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두뇌·신경망 노린다…통신3사, 피지컬AI 공략

입력 2026-09-24 09:05:15 | 수정 2026-09-24 09:08:03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통신3사가 로봇을 학습시키고 연결하는 기술로 피지컬 AI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로봇이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여러 기기와 설비를 하나로 묶는 한편, 통신망을 활용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AI 연산까지 처리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AIDC)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지컬 AI가 통신사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AI 이미지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는 각사가 보유한 AI와 통신 기술을 피지컬 AI와 접목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로봇이나 기기를 통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피지컬 AI 구현에는 로봇 하드웨어뿐 아니라 학습 데이터와 AI 연산, 기기 간 연결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을 익힐 학습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AI 연산 능력, 여러 로봇과 설비를 조율할 플랫폼, 데이터를 지연 없이 주고받을 통신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특히 통신3사는 로봇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지국이나 엣지 인프라에서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현장 인근에서 일부 연산을 처리해 지연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제조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처럼 실시간 제어가 중요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 가상공간서 로봇 가르치고… 여러 기종 한꺼번에 움직인다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상공간에서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실제 공장에서 로봇이 수많은 상황을 반복하도록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안전 문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과 유사한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SKT는 제조 현장에 적용해온 디지털트윈 기술을 피지컬 AI로 넓히고 있다. 현실의 공장과 설비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데서 나아가 가상환경과 실제 현장을 연결해 로봇의 학습을 돕는 '로봇 트레이닝 플랫폼'을 개발했다.

SKT는 로봇 학습 데이터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SKT가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에 제안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 연동 구조 및 방식'은 지난 7월 신규 표준화 과제로 채택됐다. 로봇과 플랫폼마다 다른 데이터 형식과 인터페이스를 연계해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KT는 서로 다른 로봇과 기존 설비를 하나로 연결해 운영하는 기술에 힘을 싣고 있다. KT의 로봇 서비스 플랫폼 'K RaaS(KT Robot as a Service)'는 제조사가 다른 로봇과 기존 산업 설비, 기업 IT 시스템을 연계해 하나의 서비스 흐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류센터 등 실제 현장에서는 이동형 로봇과 창고관리시스템(WMS), 엘리베이터, 보안게이트 등 여러 시스템과 설비의 연동이 필요하다. KT는 서로 다른 로봇과 주변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피지컬 AI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KT는 로봇이 주변 상황과 사람의 지시를 이해한 뒤 행동하도록 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특정 로봇 유형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구조로 설계해 휴머노이드와 이동형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 데이터센터와 기지국 사이… 통신망도 로봇의 '신경망'으로

이 가운데 로봇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통신 인프라도 중요해지고 있다. 통신3사가 개발 중인 AI-RAN은 AI로 무선망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기지국에 GPU 등 연산 자원을 배치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AI 연산을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SKT는 인천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하고 피지컬 AI 서비스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삼성전자 AI-RAN을 기반으로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이동형 CCTV를 활용한 산업안전 관제 서비스를 실증한다. 로봇이 공장 내 위험지역을 순찰하며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AI-RAN이 이를 분석해 위험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KT도 AI-RAN을 산업 현장과 상용망에서 검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HD현대삼호 등과 전남 영암 조선소에서 용접·도장 로봇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 실증을 추진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성남 일대 상용 5G망에 AI-RAN을 적용해 실제 가입자가 이용하는 환경에서 무선 품질을 검증했다.

LG유플러스는 로봇과 드론 등 피지컬 AI 기기의 이동 과정에서 안정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을 검증했다. 지난달 연세대학교와 자사 5G망, 연세대의 AI-RAN 시험망을 연동해 기기가 두 망 사이를 이동할 때 무선 환경에 따라 적합한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선택하고 연결을 유지하는지 확인했다.

소비자와 맞닿는 영역에서는 음성을 활용한다.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필요한 행동을 판단하고 이를 휴머노이드나 가전, 차량 등 연결된 기기가 수행하도록 하는 구상이다. 산업 현장의 로봇 제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통신사가 이미 확보한 음성 AI를 피지컬 AI의 입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통신3사는 로봇 제조보다 기존 AI·통신 인프라를 피지컬 AI와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DC에서 대규모 AI 모델을 돌리고 디지털트윈에서 로봇을 학습시킨 뒤, 현장에서는 기지국과 엣지 인프라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플랫폼이 여러 로봇과 설비의 작업을 조율하는 구조다. 통신사가 구축해온 AI와 네트워크 자산을 산업 현장에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은 기술 개발과 실증이 중심인 단계다. 기지국에 고성능 연산장치를 구축할 경우 전력 소비와 발열, 투자비가 늘어나고 산업 현장마다 다른 설비와 로봇을 연동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제조와 물류 등에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얼마나 빠르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피지컬 AI가 통신사의 실제 B2B 사업으로 자리 잡는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피지컬 AI에서는 로봇의 성능만큼 데이터를 어디에서 처리하고 여러 로봇과 기존 설비를 어떻게 함께 움직이게 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통신사는 데이터센터부터 네트워크까지 이미 보유한 인프라가 있는 만큼 이를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효율을 만들어내느냐가 사업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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