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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현장] 13번째 내한 톰 크루즈, 왜 배불뚝이 노인인가

입력 2026-10-01 22:51:50 | 수정 2026-10-01 22:51:50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가 배불뚝이에 머리가 빠지고 주름진 노인으로 변신했다.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시리즈에서 보여준 근육질의 영웅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디거'에서 크루즈가 연기한 인물은 탐욕적이고 안하무인인 석유 재벌이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 서울에서 열린 '디거' 기자간담회에서 크루즈는 자신의 파격적인 외모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캐릭터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디거' 같은 장르는 이전에 읽어보지 못했다. 캐릭터도 듣고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가 영화 '디거'를 들고 13번째 한국을 찾았다./사진=연합뉴스



크루즈가 선택한 록웰은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진실마저 외면한다. 크루즈는 이처럼 기존의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외형부터 바꿨다.

그가 '디거'에 출연하게 된 것은 2019년 '탑건: 매버릭' 촬영 당시였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은 크루즈는 곧바로 감독을 찾아갔다.

그는 "그날 밤 감독님 사무실로 가서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레벨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디거'는 석유 재벌 록웰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빙하 균열이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재난의 원인을 감추려는 록웰과 미국 대통령, 각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자기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기후 변화와 정치권의 현실 등 동시대적인 주제도 영화 속에 녹였다.

독특한 구성과 연출의 영화 '디거'는 톰 크루즈 46년 배우 인생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으로 불린다./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크루즈가 록웰의 외형을 파격적으로 바꾼 이유 역시 캐릭터가 가진 내면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크루즈는 "제 이목을 끄는 건 인간의 본성이었다"며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기쁜 것뿐만 아니라 이면에 담긴 많은 이야기로 여러분과 삶을 되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에 대한) 저희 모두의 책임도 아울러 표현한다"며 "다양한 주제를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를 이 영화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크루즈의 준비 과정도 남달랐다. 그는 "트레일러 세트장에서 자며 캐릭터를 준비했다"며 "휴식하는 시간마저 활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의 핵심 장면으로 꼽히는 약 10분간의 롱테이크는 크루즈의 연기력이 집약된 장면이다. 전 지구적 재난의 책임을 두고 비판받는 록웰이 오히려 석유가 제공하는 편리한 일상을 강조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장면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디거'에서의 톰 크루즈, 이 영화로 그는 얼마나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크루즈는 이 장면을 "3∼4회 촬영만으로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냐리투 감독이 충분하다며 안아줬다. 4일을 원래 할애하려고 했는데 하루 만에 끝냈다"고 웃었다. 이어 현장에서 당시 대사인 "뱅뱅뱅"(Bang Bang Bang)을 직접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디거'는 크루즈에게 새로운 도전이면서도 영화에 대한 오랜 애정을 다시 확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981년 '끝없는 사랑'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배우이자 제작자로 46년간 영화와 함께해왔다.

크루즈는 이날 "46년간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특권"이라며 "오스카와 같은 상이나 사람들의 생각, 평가와 관계없이 저는 영화를 만든다. 영화 제작 자체가 특권"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신을 중심으로 '디거'에서의 연기 변신을 근거로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크루즈는 수상 여부보다는 영화 자체에 의미를 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이냐리투 감독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받았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거장이다. '디거'는 그가 9년간 준비한 프로젝트다.

크루즈는 이냐리투 감독을 스티븐 스필버그,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함께 작업한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역사적 거장이자 엄청난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톰 크루즈는 이 영화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지를 수차례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이냐리투 감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한하지 못했다. 그는 배급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하며 "'디거'를 향한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저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으로 한국을 찾았던 크루즈는 이날 이른 아침 한국에 도착했다. 이번이 13번째 방한이다.

그는 "한국을 13번째 방문하는 건 영광이다. 앞으로 30번 더 방문하길 바란다"며 "'디거'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외형 뒤에 숨겨진 것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었다. 영웅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탐욕과 자기기만으로 얼룩진 인간의 본성을 연기하고 싶었던 크루즈의 선택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톰 크루즈'가 '디거'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주목된다.

크루즈는 2일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국내 팬들을 만난다. '디거'는 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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