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17세기 프랑스 궁정을 배경으로 절대권력과 예술의 위태로운 충돌을 그린 창작뮤지컬 '오페라'(제작 (주)오차드씨앤씨)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성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뮤지컬 '오페라'는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루이 14세와 당대 최고의 극작가 몰리에르, 궁정 음악가 장 바티스트 륄리 등 실존 인물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권력과 예술의 심리극이다. 어린 나이에 즉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해야 했던 루이 14세, 타국에서 건너와 음악과 춤으로 궁정에 자리를 잡은 륄리, 자유로운 풍자로 파리 무대를 사로잡은 몰리에르가 서로 다른 야망을 품고 만나며 이야기가 출발한다.
서로의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세 사람은 음악과 연극, 춤을 융합하며 궁정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간다. 그러나 루이 14세가 절대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의 유대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예술을 통치 도구로 활용하려는 루이 14세와 창작의 자유를 타협할 수 없는 몰리에르, 왕의 총애와 자신의 지위를 지키려는 륄리가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리면서 이들의 동행은 격렬한 갈등으로 치닫는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를 무대에 올린 창작 뮤지컬 '오페리'./사진=(주)오차드씨앤씨 제공
이번 작품은 음악과 연극, 춤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인물의 내면과 서사를 드러내는 핵심 기제로 활용한다. 루이 14세의 춤은 왕권의 질서와 엄격한 권위를 상징하고, 륄리의 음악은 왕의 인정을 받기 위해 변모하는 정세를 반영한다. 몰리에르는 극 중 극 형식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풍자한다. 여기에 클래식 오페라의 정통 아리아와 현대적 뮤지컬 넘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기존 뮤지컬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성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눈길을 끈다. 어린 왕에서 절대군주로 변모하는 루이 14세 역에는 배우 문태유와 조병규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왕의 총애를 받으며 입지를 넓혀가는 륄리 역은 백인태와 조환지가 맡았으며, 권력 앞에서도 신념과 풍자를 굽히지 않는 몰리에르 역은 임강성과 강정우가 연기한다. 배우들은 각 인물의 복잡다단한 선택과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제작진의 조합 역시 기대를 더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추정화 감독은 권력과 예술이 상충하는 지점을 포착해 촘촘한 서사로 풀어냈다. 허수현 작곡가는 인물별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부여해 관계의 변화에 따른 정서를 선율로 표현했으며, 김병진 안무가는 17세기 궁정의 위계와 긴장감을 시각적 퍼포먼스로 구현해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역시 "깊이 있는 서사와 화려한 의상, 무대 세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서사와 음악의 완벽한 랑데부",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과 권력의 본질을 묻는 뮤지컬 '오페라'는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